협상 나서자 목소리 있었지만…장외투쟁 등 강경일변도
'나를 밟고 가라' 외쳤지만…뚜렷한 존재감 못 드러내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에 지지층 실망감…책임론 일까
협상 나서자 목소리 있었지만…장외투쟁 등 강경일변도
'나를 밟고 가라' 외쳤지만…뚜렷한 존재감 못 드러내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에 지지층 실망감…책임론 일까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주도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막아내지 못한 '전략 부재'와 '협상 실패'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패스트트랙 정국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했다. 4+1 협의체 내부 이탈과 권은희 의원안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등의 독소조항이 담긴 윤소하 의원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한국당은 공수처법 표결에 들어가기에 앞서 진행된 무기명 투표방식 실시요구 건이 부결되자, 투표 자체를 거부하고 집단 퇴장했다. 한국당이 권은희 의원안을 찬성하더라도 기명투표 하에서는 4+1 내부의 반란표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자칫 권은희 의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부결되면,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해온 한국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권은희 의원안이 최종 부결됐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집단퇴장과 투표거부는 일면 타당한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당이 공수처법과 관련해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놓쳤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내부 균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4+1 협의체는 선거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 △석패율제 도입 △연동형 캡 적용 △이중등록제 등을 놓고 여러차례 이견을 보여왔다.
공수처법을 놓고 또다시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뚜렷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한국당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협상에 나서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권은희 의원안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있고 공수처장과 차장 추천위를 국회에서 구성해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권은희 의원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최악의 공수처를 막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은희 의원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한국당 의원들은 10여 명에 불과해 소수에 그쳤다.
황교안 대표도 협상보다는 장외 집회와 농성 등 강경투쟁 노선에 더 치중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당시 '나를 밟고 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패싱 당했다.
정작 당대표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던 시기에는 자리를 비웠다. 그는 단식 후유증과 오랜 농성으로 건강이 악화해 24일 병원에 입원했고, 공수처법이 처리되던 이날 30일 당무에 복귀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그 사이 처리됐다.
결과적으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모두 저지하지 못하면서 황 대표이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홍준표 전 대표는 "목숨 걸고 막는다고 수차례 공언 하더니만 무기력하게 모두 줘 버리고 이젠 어떻게 할거냐. 뭘 믿고 여태 큰소리 친 거냐. 답답하고 한심하다"며 "야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라"고 일갈했다.
한국당은 이날 공수처법을 의결당한 직후 3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총' 끝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황 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하기 전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에서는 교묘한 틈새 전략을 활용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보수정치의 본령"이라며 "이번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은 보수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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