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총리 이낙연 '미래권력' 부상…금의환향
'오랜 동맹군' 정세균 들여 대권주자 복수화
임기 후반기 '현재권력' 조기 누수 방지 고려
첫 총리 이낙연 '미래권력' 부상…금의환향
'오랜 동맹군' 정세균 들여 대권주자 복수화
임기 후반기 '현재권력' 조기 누수 방지 고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2017년 5월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집권 후반기을 맞이하게 됐다.
새해에는 '정부 2인자' 국무총리가 바뀐다. 임기초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 해온 이낙연 국무총리는 총선에 즈음해 여당으로 복귀한다. 6선 중진 정세균 의원이 새로 국무총리로 입각할 전망이다. 의원입각이 지금까지 국회에서 낙마한 선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정 총리와 함께 임기 후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리'에서 '정세균 총리'로의 교체는 권력운영과 관련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집권 전반기에 정책 추진 동력을 제공할 지지세 결집 및 확보에 주력했다면,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미래권력 관리를 통해 현재권력으로부터의 때이른 권력누수를 방지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호남 28석 중 3석을 건지는데 그치는 완패를 당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던 적이 있다. 2017년 대선 때 호남에서의 득표율도 59~64%로, 민주당 대선후보로서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남 출신인 이낙연 총리를 전격 발탁하면서 문 대통령은 호남을 단숨에 회복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선으로 내려앉은 지금까지도 호남에서의 국정 지지율은 70% 전후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호남 민심의 경쟁자였던 국민의당이 붕괴됐고, 승계 정당들(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은 호남이 문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는터라, 정권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난 게 최근의 '4+1 협의체'다.
이낙연 총리는 이 과정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이는 문 대통령 주변의 '친문 핵심'들로서는 다소 계산 밖이었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총리는 동교동계 출입기자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평소 "역대 대통령 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친노·친문 세력과는 궤도를 다소 달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쪼개 열우당을 만들었을 때에도 민주당에 잔류했던 강경파였다.
현 여권 사정에 밝은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권력'의 의중에 있던 구체적 인물은 다른 인사였을 수 있다"며 "집권 전반기에 뜬 인물이 이 총리와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장관 등인데, 이 중 이 총리는 '스스로 뜬' 사례니 논외로 하면 인위적으로 '띄운' 인물은 김 지사와 조 전 장관"이라고 지목했다.
이낙연 발탁으로 '버팀목' 호남 회복했지만
그 과정서 이낙연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
단수의 '미래권력'은 권력누수 앞당길 우려
그런데 김 지사와 조 전 장관은 각각 '드루킹 불법대선댓글조작 사건'과 '조국 사태' 등에 연루돼 모두 형사재판을 받는 처지에 몰리며, 대권주자로서 '상품성'에 흠집이 났다.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강력한 힘이 뒷받침되는 집권 초창기에 입맛에 맞는 인물을 미래권력으로 띄워보려다 실패했다"며 "'미래권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키워보려 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이명박정부가 연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기 반환점을 넘어서고 총선이 코앞에 닥친 지금은 계산 밖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인위적으로 '배제'하기에는 힘에 부치고 위험한 국면"이라며 "이제는 '인정'하고 가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부터 정당 복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도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게 나로서는 매우 아쉽다"면서도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기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린다"고 발표했다. '인정'의 수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균 의원을 차기 총리로 불러들인 것은 미래권력 간의 경쟁구도를 만들어 현재권력으로부터 지나치게 빨리 권력이 누수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고려가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 '오랜 동맹군' 정 의원처럼 안성맞춤인 '카드'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당에서 오랫동안 문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가져왔으며, 대권으로 향하는 길에 결정적 지원을 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문 대통령은 직후 "다음에는 보다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달라"며 "새로운 시대를 직접 한 번 이끌어보겠다고 생각했던 개인적인 꿈은 끝"이라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대권에 재도전하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무너지자, 다시 치러질 전당대회를 '대권 재도전'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2015년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빅 쓰리'가 공공연히 회자됐다.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이다. 당시 새정치연합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빅 쓰리'가 모두 출마했더라면 친노(친노무현)계의 표가 갈리기 때문에 박 의원이 당선됐을 것"이라며 "정 의원이 출마를 단념한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측면 지원이었다"고 회상했다.
정세균, 文대통령 대권가도에 결정적 지원
전북 출신…이낙연과 경쟁구도 형성에 유리
복수의 미래권력 관리 의도 염두에 뒀을 듯
이렇게 형성된 문 대통령과 박 의원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초반 문 대통령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정치 9단'인 박 의원의 집요한 공세와 '흔들기'는 노련했다. 전국 순회 유세가 거듭될 때마다 박 의원의 추격세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비상대책위원회를 움직여, 당권 레이스 도중에 여론조사 경선 룰을 문 대통령에게 유리하고 박 의원에게 불리하게 뜯어고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승패를 점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
관계자는 "정 의원은 SK(정세균)계로 출마한 오영식 최고위원이 안철수 대표를 등에 업은 문병호 의원에게 밀려 당선권 밖으로 나간 상황이었다"며 "전당대회 막판에 문 대통령측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오 최고위원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권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정 의원도 표를 문 대통령에게 최대한 표를 결집해주기로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힘입어 박 의원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당선됐다. 이 때 정 의원의 막판 지원이 없었더라면 문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낙선할 수도 있었고, 그랬더라면 내상을 입어 정치적 부활이나 지금의 위치는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문 대통령의 '오랜 동맹군' 정 의원도 독자적인 큰꿈이 있다. 총리가 되고나면 언론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단숨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이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대권에 근접한 호남 출신 '미래권력'이 되면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전북 출신인 정 의원이 또다른 대권주자로 나서게 되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명박정부 후반기에 권력이 완전히 '미래권력'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넘어간 것처럼, 유력 차기 대권주자가 단수인 것은 '현재권력'에게는 극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속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뒤에 새로 당선된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보다는 대선주자들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리고 이 대선주자들은 청와대보다는 민심을 더 따르게 될 것"이라며 "이래저래 문재인정부는 끝이 난다"고 단언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렇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권주자를 복수화한 뒤 '붙일 수는 없어도 떨굴 수는 있다'는 '현재권력'의 마지막 힘으로 이들이 등돌리지 못하도록 경쟁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미래권력 복수화 과정에서 '오랜 동맹군' 정세균 의원은 최상의 '카드'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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