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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혈맹'을 다시 생각한다] 북한의 ‘큰 그림’에 당했나…와해되는 한미동맹


입력 2020.01.13 06:00 수정 2020.01.14 09:41        이배운 기자

'민족공조' 앞세워 남북협력 및 한미연합훈련철폐 촉구…동조하는 文정부

반일감정 부추겨 한미일공조 '약점고리' 끊기…지소미아 논란 불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북한은 남북대결 정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부터 한미동맹 와해 시도를 끊임없이 펼쳐왔다. 최근 남북미 대화과정에서 불거진 '한미동맹 위기론'의 배경에는 북한의 오랜 한미동맹 균열 시도가 깔려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미 워싱턴에 '북한의 진정성'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촉구해왔다. 아울러 북한이 상응조치로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및 남북경협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미공조 균열만 가속화 됐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해 "김정은이 비핵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미 정상 간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손해를 감수한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매체들은 여전히 '민족공조'를 앞세워 한미연합훈련 철폐 및 대북제재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최근 김 위원장의 노골적인 대남 무시 전략도 행간에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북제재 해제와 연합훈련 축소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내포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지난달 13일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가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개최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달 13일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가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개최되고 있다. ⓒ데일리안

북측의 메시지에 호응하듯 정부는 북미협상 중단 및 남북대화 단절 사태에 아랑곳 않고 남북 경제협력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년사에서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 구상과 함께 5대 남북협력 사업을 제시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정밀조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남북관계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길 원 한다"며 남북협력 속도조절을 주문했지만, 외교부는 이에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며 남북관계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 시키겠다"고 선 그었다.


광장에서는 극단적인 친북성향의 단체들이 등장해 전면적인 남북협력을 촉구하며 반미 선전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해 10월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해리스 대사를 규탄한다며 미 대사관저 불법 침입을 시도해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단체는 이어 12월에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를 개최하며 "주한미군 필요 없다 지금당장 철수하라“ 등 반미 구호를 외쳤다. 이에 대해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들의 활동은 남조선을 강점하고 온갖 불행과 고통을 들씌워온 미국에 대한 분노와 항거의 표시다"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 경축사를 하기 전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 경축사를 하기 전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사회에 반일감정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데는 한미일 공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북한의 전략이 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성 전 주석은 앞서 한미일 관계에서 일본이라는 ‘갓끈’을 자르면 미국이라는 ‘갓끈’도 자동적으로 잘라진다는 이른바 '갓끈 전술'을 내세운 바 있다.


또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주체사상 창시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북한 정권은 김일성의 갓끈 전술에 따라 한일 우호관계를 약화시키려는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25 전쟁에서 맹방으로 싸우고 이후로도 굳건한 우의를 다져온 한미관계는 균열을 넓힐 지점이 마땅치 않다. 반면에 한일관계는 일제강점기라는 약점이 있으며, 이에 북한 정권은 ‘민족의 비극’을 내세워 상처를 후벼파 한미일 고리를 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정권은 그동안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한국의 인사들을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등 선전에 주력해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전 매체들은 거의 매일 반일 노선을 주장하는 논평을 게제하고 있으며, 한일이 군사·외교 등의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할 때마다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일본을 압박하겠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한 것은 '갓끈 전술'이 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지소미아 파기 선언은 한일관계 단절을 넘어 한미일 공조 이탈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놨지만 정부는 파기 결정을 강행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먼저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장본인인 일본이 아닌 한국을 겨냥해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아울러 지소미아 파기 시한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지소미아를 되돌리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더 이상의 한미균열은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듯 정부는 지소미아 폐기통보를 효력 정지하는 미봉책을 내놨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에 대해 "우리가 언제든지 다시 종료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대해 일본 측의 이해도 있다"고 발언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공조를 통한 강력한 '대북 핵 억제력' 확보는 북한의 핵개발 동기를 꺾고 원활한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일갈등이 극대화됨으로써 북한은 분열된 한국·일본·미국을 따로따로 상대하고 더욱 유리한 핵협상 조건을 챙길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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