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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FA 협상왕…오지환 아닌 오재원?


입력 2020.01.23 17:03 수정 2020.01.23 14:2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당초 예상 훨씬 뛰어넘는 3년간 19억 원 대박

지난 시즌 1할 타율, 기량 하락 걱정되는 30대 중반

오재원은 3년 19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 뉴시스

베어스 캡틴 오재원(35)이 앞으로 3년 더 두산과 함께 한다.


두산은 22일 내야수 오재원과 3년 총액 19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계약금 4억 원에 연봉 총액 9억 원, 옵션은 6억 원이 붙는다.


당초 오재원은 이번 FA들 가운데 가장 먼저 계약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누구보다 팀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른데다 구단과 두산 팬들 역시 오재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타 팀 이적 가능성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오재원은 주장 역할을 맡으며 베어스 색체가 강한 선수인데다 적지 않은 나이, 무엇보다 두드러진 기량 하락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계약 발표는 예상보다 훨씬 뒤늦은 1월 말에 와서야 이뤄졌다. 이는 협상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오재원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 계약’을 품는데 성공했다. 왜 대박 계약일까.


오재원은 지난 시즌 공인구 교체에 큰 영향을 받으며 기록이 크게 떨어졌다.


2018시즌 타율 0.313 15홈런 81타점이었던 호성적은 1할대 타율(0.164)로 급전직하했고 3홈런 18타점에서 보듯 팀 기여도 미미한 편이었다. 이에 선수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에서도 마이너스(-0.30)를 기록, 기용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타자로 분류됐다.


올 시즌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크게 되지 않는다. 30대 중반에 이른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30대 초중반을 넘어가며 ‘에이징 커브’ 현상을 겪는데 기록이 향상되는 경우는 KBO리그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고, 이전 시즌 기량만 유지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춰봤을 때 두산이 오재원에게 안긴 3년간의 계약 기간과 옵션을 제외한 보장 금액 13억 원은 다소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는 이번 FA 시장서 계약을 맺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대박에 속한다. 오재원은 보장 금액 대비 3년간 누적 WAR를 따졌을 때, 1WAR당 약 3.70억 원이 책정됐다. 현재 계약을 완료한 15명의 선수들 중 높은 축에 속한다.


FA 계약 완료 선수들의 보장금액 대비 1WAR당(3년 누적) 액수. *안치홍은 옵션 제외, 송은범-진해수는 옵션 미공개. ⓒ 데일리안 스포츠

포지션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 불펜 투수와 포수들을 제외하고 1WAR당 액수가 가장 높은 선수는 LG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인센티브 옵션 없이 40억 원을 오롯이 보장받았고 그 결과 1WAR당 약 4.80억 원이 책정돼 같은 대어급이었던 김선빈(약 3.63억 원), 안치홍(1.64억 원)에 비해 계약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지환과 오재원을 묶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오지환은 이제 30대 나이에 접어든, 전성기가 한창인 선수다. 기량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오재원과는 기대 수준이 다르다.


오재원은 비슷한 나이인 30대 중반 선수들 중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불펜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30대 중후반 선수들 모두가 1WAR당 1~2억 원대로 평가받은 반면, 3억 대는 오재원이 유일했다.


오재원에게는 이들에게 없는 우승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 역시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오재원을 일찌감치 올 시즌 주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직전 시즌 1할 대 타율을 기록한 30대 중반 타자에게 보장금액 13억 원 등 총액 19억 원의 액수는 분명 과해 보인다. 오재원을 이번 FA 시장 협상왕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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