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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백마강 벨트③] 소각장에 들끓는 청주청원…김수민, 변재일에 도전장


입력 2020.03.12 06:00 수정 2020.03.24 11:2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네 차례 총선서 '차별화 후보' 내지 못했던 보수

4·15 총선에는 34세 벤처 출신 여성 의원 공천

72세 관료 출신 변재일과 '관록' vs '패기' 대결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2014년 통합청주시 청원구로 거듭난 청주청원은 최근 십수 년간 정치성향이 급변한 지역으로 꼽힌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거치며 헌정회장까지 지낸 신경식 전 의원이 정계를 떠난 뒤, 2004년 총선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돼 지금까지 내리 4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보수의 텃밭에서 진보의 텃밭으로 바뀐 이유는 인구 구성의 변경과 관련이 있다. 2001년 오창과학산업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오창읍이 산업지역으로 급성장해 우암동·내덕동 등 청원의 원도심과 인구가 역전됐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우암동·내덕동은 오성균 새누리당 후보가 각각 49.8%와 48.8%를 득표해 변재일 의원(34.7%, 34.5%)을 앞섰으나, 인구가 훨씬 많은 오창읍에서 변 의원이 48.8%를 득표, 32.7%에 그친 오 후보를 눌렀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라는 변재일 의원의 경력이 진보에서 중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반면, 보수정당이 변 의원과 차별화되는 후보를 그간 내지 못했던 점에서 4연패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지난 네 차례의 총선에서 오성균 변호사가 변재일 의원에게 세 차례 도전해 패배했으며, 이승훈 전 충북부지사가 한 차례 도전해 역시 패했다. 이 전 부지사는 변 의원과 같은 행시 출신으로 경력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충북고~고려대를 나와 사시에 합격한 오 변호사도 청주고~연세대를 나와 행시에 합격한 변 의원과 각이 서는 인물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 단행된 미래통합당의 공천은 이처럼 정적이었던 청주청원 선거전에 변곡점이 될만하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인 출신의 1986년생 여성 김수민 의원은 십수 년간 청원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상이다. 관료 출신의 1948년생 변재일 의원과는 38세 차이다.


2004년 총선에서 29.9%p에 달했던 변재일 의원(당시 54.8% 득표)과 보수정당 후보(오성균 한나라당 후보 당시 24.9% 득표)와의 격차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변 의원 42.6%, 오 후보 38.8%로 3.8%p 격차까지 좁혀졌다. 김수민 의원이 이같은 추세를 이어가 청원에서의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격차가 벌려질지는 청원구민들이 '새로운 인물상' 김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변재일, 행시 합격해 중앙부처 차관까지 지내
예산 확보에 강점…방사광 가속기 유치 다짐
"이제는 꽃을 피워 열매 거둬야" 5선 도전 선포


김수민 미래통합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변재일 의원은 올해 72세로 노무현정권에서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내다 총선에 차출된 관료 출신이다. 김수민 의원은 34세로 일신여고를 나와 숙명여대에 다니던 중 학내 디자인 동아리를 '브랜드호텔'이라는 벤처기업으로 전환해 성공시킨 청년 벤처기업인 출신이다. 허니버터칩 포장지를 디자인해 '대박'을 친 뒤, 정치권에 영입된 청년인재다.


보색(補色)만큼 선명하게 대비되는 인물상만큼이나 두 정치인의 강점도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관료 출신인 변재일 의원은 원래부터 갖고 있던 중앙부처 인맥에다 4선 의원을 하면서 쌓은 관록을 더해 지역사업 예산확보 등에 강하다. 사업비만 1조 원에 달하는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인천·경북·전남 등이 달려들어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변 의원은 이를 청주에 유치하겠다는 생각으로 과학기술부 차관을 면담하는 등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구 내에 있는 청주국제공항을 물류·항공정비산업의 중심지인 '에어로폴리스'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 지역은 3개 지구로 나뉘어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변 의원은 20대 국회 임기 중 청주공항의 주기장을 확장하고 계류장을 신설하는 예산을 신규로 확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일 의원 또한 이러한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변 의원은 11일 민주당 충북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21대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발전의 기반을 닦았다면, 이제는 꽃을 피워 열매를 거둬야할 중요한 시기"라며 "충북의 미래먹거리를 위해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하겠다"고 자신의 5선 도전 명분을 선포했다.


김수민, 젊음 바탕으로 주민밀착 '지상전' 강해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쟁점화 주도…저지 선봉
"청원을 숨쉬기 힘들게 만든 구악 멈춰세워야"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주민들이 집회를 열어 청주시에 소각시설 신·증설 불허를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이처럼 관록의 변재일 의원이 '공중전'에 능하다면 34세 젊은 패기의 김수민 의원은 현장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상전'에 강하다는 분석이다.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문제의 정치쟁점화를 주도한 게 바로 김 의원이라는 평이다.


청주청원에는 민간 소각장이 밀집해 전국 소각용량의 5분의 1에 가까운 쓰레기 용량을 매일같이 소각하고 있다. 최근에도 업체가 오창읍 후기리에 신규 소각장 설치를 추진했는데, 금강유역환경청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했다.


지난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문제를 환경부장관에게 따져묻는 등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앞장서온 김수민 의원은 당일로 성명을 내서 반발했다. 김 의원은 "금강유역청의 '적합' 통보는 환경당국이 주민 건강을 위협한 셈"이라며 "미래세대에 깨끗한 청원을 물려주고, 시민 여러분께 잃어버린 건강권을 돌려드리기 위해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신설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수민 의원은 지난 9일에도 국민권익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신설 처분을 시정권고해달라고 요구하는 신고서를 접수했다. 김 의원은 행정심판 청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변재일 의원도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신설과 금강유역청의 '적합' 통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만큼 그간 이 지역구에서 4선을 해온 변 의원보다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등원한 뒤 이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쟁점화에 나선 김수민 의원에게 아무래도 유리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민 의원도 이를 계속해서 쟁점화하겠다는 의지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서 "청정도시 청주청원이 십수 년만에 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청주청원을 몸과 마음이 숨쉬기 힘든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무능하고 부정한 정치세력의 구악을 이제는 멈춰세워야 한다"고 변 의원을 정조준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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