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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무기력해진다” K리그 연기, 갈 길 잃은 서포터즈


입력 2020.03.14 12:27 수정 2020.03.16 07:00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K리그 개막 무기한 연기로 코로나 블루 앓고 있는 서포터즈

유일한 취미 생활 빼앗긴 상실감, 침묵 응원도 계획했다 취소

뜨거운 응원을 펼치고 있는 대구FC 공식 서포터즈 ‘그라지예’ ⓒ 연합뉴스 뜨거운 응원을 펼치고 있는 대구FC 공식 서포터즈 ‘그라지예’ ⓒ 연합뉴스

“처음에는 침묵 응원도 고민했었어요.”


전국에 공포를 안기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국내 프로스포츠가 신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는 결국 개막이 연기되거나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특히 스포츠가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이자 유일한 취미이기도 한 팬들 입장에서는 멈춰버린 스포츠로 인한 ‘코로나 블루(blue)’를 겪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영어 단어 ‘우울감(blue)’을 합성한 신조어로 전염병 전파에 따른 사회활동 위축 등으로 인한 우울감을 이르는 용어다.


특히 지난달 29일 개막 예정이었던 K리그는 무기한 연기를 결정하면서 팬들이 갈 곳을 잃었다.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경기장에서 큰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지 못하게 된 서포터즈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상당하다.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최다 발생지역인 대구광역시를 연고로 두고 있는 대구FC 공식 서포터즈 ‘그라지예’는 침묵 응원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취소했다.


지난해 뜨거운 응원 열기를 자랑하며 DGB대구은행파크를 ‘대팍’이란 K리그 명소로 자리 잡게 만든 그라지예는 현재 대구시가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만 쏟아낼 뿐이다.


김수형 그라지예 회장은 “2월 초에 코로나19가 터지고 염려했던 일이 좀 더 심화되면서 우리 스스로도 조심을 했었다. 개막전이 밀리면서 서포터즈 내부에서 서로 조심하자라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실망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전국적인 것도 있지만 대구에 집중화 되다보니 서포터즈들이 운집하는 부분에 대해 우려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그라지예는 계획했던 것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침묵 응원도 고민했다. 하지만 응원하다 보면 타액이 날아갈 수 있고 하다 보니 서포터즈 회장단들끼리 합의 하에 취소했다”며 “개막전이 밀리면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한다. 사태가 안정화 되면 선수들한테도 응원할 수 있으니 지켜보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블루가 퍼지면서 우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구의 분위기가 잠잠해지고 있다 보니 기대심리를 덧붙여서 조심하고 있다. 정규리그 라운드가 줄더라도 K리그가 빨리 열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울산 현대 서포터즈 ‘처용전사’ ⓒ 연합뉴스 울산 현대 서포터즈 ‘처용전사’ ⓒ 연합뉴스

대구와 인접한 울산 현대 서포터즈 역시 개막 연기로 인한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특히 울산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이청용, 조현우, 윤빛가람 등 파격적인 영입을 통해 기대감을 키웠던 터라 더욱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울산 현대 서포터즈 ‘처용전사’ 박동준 의장은 “오로지 개막전 언제 다시 열릴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울산은 조현우, 이청용, 윤빛가람 같은 좋은 선수들을 데려왔는데 단 1경기도 못 봤다. 그 선수들에 대한 플레이를 빨리 보고 싶어서 언제 개막하는지에만 집중하고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개막이 연기됨에 따라 처용전사 역시도 야심차게 준비했던 부분들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박 의장은 “팀 응원곡을 새로 한 두 개 정도 내려고 준비 중에 있었는데 녹음 등의 문제도 있고 타이밍상 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그 부분이 좀 아쉽고, 빨리 이걸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같이 불러야 되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 의장 같은 경우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거의 유일한 취미 활동인데 빼앗긴 기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취미 활동을 빼앗긴 기분이 드니 무기력 해진다”며 “주말에 나가서 경기를 보고, 경기장을 못가더라도 TV로 축구라도 보고 싶은데 그것조차도 안 되는 상황이니 심심하다. 주변에도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게 있다”고 귀띔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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