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경제체력 쇠약해진 상태, 정책기조 바꿔야”
KDI “경기전반 위축, 기업 투자부진 지속 가능성 있어”
무역협회 “미·중 무역분쟁 전선 확장 양상, 대비해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장기침체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 ‘경제 여진’은 계속될 상황으로 획기적 정책전환 없이는 현재의 감염위기 상황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주요 경제위기와 현재 위기의 차이점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한국경제체력은 쇠약해진 상태로 이미 기초체력이 약화돼 위기의 충격은 매우 크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회복기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근거로 한경연은 과거 세계적 경제위기와 현 위기를 비교하면, 한국의 경우 지난 몇 년 간 대공황 위기를 악화시켰던 미국의 정책과 유사한 패턴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미국은 대공황 초기 국가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최저임금제 도입, 최대 노동시간 주 40시간, 생산량 제한 등의 강력한 반시장적 정책을 시행했고 이는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악화시키고 위기로부터의 회복시간도 지연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에도 반시장적인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체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로 코로나19 위기 종식 이후에도 경제의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거론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 실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로부터의 신속한 회복을 이룰 수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현금성 복지 확대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 폭은 점차 커지고 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실물경제 호전 없이는 금융시장 하향 추세가 지속되며 경제위기 장기화 시 외환위기 올 수 있어 통화스왑 확대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교역 증가율은 약 6%p 감소할 수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공급 및 수요 양 부문에 동시에 충격이 발생함에 따라 이번 위기가 세계무역에 미치는 파장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한 강도(强度)로, 더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정책기조의 획기적 전환과 장기불황에 대비 재정여력 확보 필요성을 주문했다. 조경엽 실장은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걷어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정책은 경제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성장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효율성 중심의 재정운용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의 깊이와 지속성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넘어 1930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기는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월에는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KDI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투자심리가 큰 폭으로 악화되면서 향후에도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재난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1000달러가 넘는 현금을 나눠 줄 수 있는 ‘금수저 나라’가 아니다.”라며 “대상이 넓어질수록 재난기본소득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소득보조가 공급자 지원 관점에서 코로나19로 직접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 근로자 등에게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진원지 공방을 벌이는 등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전선(戰線)이 다시 확장되는 양상이 보인다”면서 향후 글로벌 불확실한 상황을 짚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대중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코로나19 이후 세계경기 회복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중국 사이에서 상황별 시나리오를 충분히 점검하며 대비해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최근 글로벌 경기 동향 및 주요경제 이슈’를 통해 글로벌 경제 경기 심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으로 국내 거시경제 정책 집행에 주력해야 한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