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회복전망 속 코로나19 변수에 관심 집중
1Q 이어 선방시 하반기 완연한 회복세 지속
사태 장기화시 실물경기 악화되면 타격 불가피
올해 2분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1분기 선방한 가운데 2분기 성적표에 따라 올 한해 반도체 업황의 향방이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성적표가 올 한해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분기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실제 반영된 것은 3월 한달로 본격적인 영향은 2분기부터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견조한 반도체 시황에 힘입어 선방을 이어갈 경우 하반기까지 완연한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글로벌 경기가 타격을 입었지만 오히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서버용과 PC용 제품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외출자제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기반으로 업무·회의·교육·쇼핑 등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D램 재고 수준은 호황때인 2~3주 정도로 타이트한 상황이다.
이에 재택근무, 원격교육, 온라인 동영상·게임 등 비대면(언택트) 소비 확산이 반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스마트폰 판매 부진 심화와 출하량 감소 등으로 반도체 시황이 꺾일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교차하고 있다.
◆ 견조한 수요에도 잇따르는 부정적 수치...분위기 달라지나
반도체는 올 초만 해도 회복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달라진 상황에 최근 부정적 수치가 잇따르면서 향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지 주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89억8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동월 대비 3%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 2월 9.3% 증가했던 것에서 한달 만에 하락 반전한 것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14.8% 줄어드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치도 악화되고 있다. 당초 플러스 성장이 예상돼 왔지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치가 하향조정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4% 줄어든 3458억달러(약 491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플러스 성장이 예상됐다가 수치가 하향 조정된데 이어 이제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선 양상이다. IC인사이츠는 연초인 지난 1월만해도 올해 8% 성장을 전망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인 지난달 전망치를 3%로 낮춘 바 있다.
IC인사이츠는 “지난 3월 전망치 발표 당시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중국 지역으로 한정됐으나 최근 미국과 유럽 지역 확산이 두드러지며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부정적 수치가 잇따르면서 향후 코로나19의 악영향이 커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는 2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산업계와 '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 서버용 제품 수요가 향후 반도체 업황 회복 관건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게 형성돼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지난 2년간의 초호황 이후 지난해 다소 악화됐던 만큼 올해는 구조적으로 어느정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아예 없을수는 없겠지만 반도체와 같은 부품은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에 비해서 영향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현재까지의 시각이다.
또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는 줄어들 수 있지만 재택근무와 화상 수업 등으로 인한 온라인 트래픽 급증으로 서버용 수요는 지속 성장하면서 이를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직까지 올해 반도체 관련 투자를 예정대로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가 2분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실물 악화로 인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영향을 주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보류 및 연기되거나 센터 건립 공사가 중단 및 지연되면서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으로 모바일용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서도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방어가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황에 대한 전망은 모바일용 제품 수요 감소분을 서버용 제품 수요로 어느정도 커버할수 있다는 점에 기반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서버용 제품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 올해 반등이 어려워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이달 말로 예정된 양대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의 기업설명회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SK하이닉스는 이보다 앞서 오는 23일 각각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향후 업황 영향에 대한 전망과 함께 투자 집행 계획 등에 대한 양사의 판단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