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현안 분리 협상 놓고 노사 의견차 지속
계열사 부담 및 조합원 피로도 가중 등 부작용도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임협)이 1년간 공회전을 거듭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해고자 복직 등 주요 현안과 임협을 분리해 교섭해야한다는 입장이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2일 임협을 위한 상견례 이후 이달 14일까지 53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가 작년 5월 말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을 놓고 충돌을 벌인 이후 임금협상 교섭은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노조는 법인분할 반대 과정에서 주주총회장 봉쇄와 파손, 파업 등을 벌였고, 회사는 불법 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함께 조합원들을 해고, 감봉 등으로 징계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노조는 해고나 징계를 당한 조합원들을 복직시키고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불법행위로 인한 해고자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회사는 임단협 협상 장기화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지난해 성과급을 조합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것을 노조측에 제안했다. 아울러 조합원 복귀 등 현안은 별도 협의를 통해 해결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임단협과 해고·징계자 문제를 같이 다루는 것이 노조측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노조 집행부가 임금협상에 먼저 나설 경우, 현안을 무시했다며 파업 등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 집행부의 입지가 좁아질 뿐 아니라 이후 2020년 임단협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교섭 마무리와 위기극복 동참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무엇보다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임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의 피로도 가중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면서 가계 부담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계열사들의 부담도 동반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4사 1노조' 체제에서는 한 사업장이라도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찬반투표 일정을 잡을 수 없고, 먼저 협상을 마무리 하더라도 모든 사업장이 합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은 임협 교섭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사 모두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이 마무리짓지 않는 한 무작정 기다려야만 한다.
그룹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 저하와 수주 경쟁력 악화 등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조 단위 LNG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한다고 밝히는 등 발주 축소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수주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현대중공업 노사 모두 양보와 타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