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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으로 끝난 20석…정의당은 왜 실패했을까


입력 2020.04.18 04:00 수정 2020.04.18 04:18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한때 자유한국당 지지율보다 높았지만

21대 총선 지역구1석·비례5석에 그쳐

심상정 정의당 삼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심상정 정의당 삼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의당의 교섭단체(20석) 구성이 일장춘몽으로 끝난 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독으로 돌아왔고, 진보정당으로서 존재감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당은 6·13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의 지지율을 넘어서며 창당 이래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했다. 진보정당 최초로 교섭단체를 꿈꿨다. 제1야당이 되겠다는 포부도 키웠다. 하지만 21대 총선 결과는 목표 의석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6석 확보에 그쳤다.


특히 지역구 당선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심상정 대표(경기 고양갑)만 가까스로 4선에 성공했고, 다른 후보들은 모두 낙마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경남 창원 성산)도 4·3 재보궐 선거에선 당시 여영국 후보가 당선으로 지켜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강기윤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내줬다.


① 연비제 자충수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군소정당에 잔혹했던 선거로 기록됐다. 원내 3당이었던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고,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원외 정당들도 봉쇄조항 3%의 벽을 넘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정의당이 적극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오히려 독으로 돌아왔다. 거대양당이 일제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등 위성정당을 두 개나 만들었다. 진보진영 유권자의 전통적인 분리투표(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정의당)는 작동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정미 의원은 "순진했다는 것도 죄라면 죄"라고 토로했다.


② 정의롭지 못한 정의당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입은 타격도 무시하기 어렵다. 당시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 '부적격'에서 '적격'으로 입장을 바꿨다. 당 안팎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당명처럼 '정의'를 추구한다는 정체성은 크게 흔들렸다. 정의당의 행보에 실망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탈당도 뼈아픈 대목이다. 공천 과정에서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 음주운전 경력의 신장식 후보 사퇴도 지지층 이탈을 불렀다.


③ 포스트 심상정·진보 어젠다 발굴 부족


정의당의 역량 부족도 노정됐다. 포스트 심상정을 발굴하지 못하면서 노쇠한 진보정당 이미지가 더해졌다. 하지만 정의당 당선자 대부분이 비례 초선이라는 점에서, 심상정 대표가 총선 이후에도 당의 얼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의당은 존재감을 드러낼만한 새 진보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도진영까지 포괄할 확장성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심 대표는 16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온 우리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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