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후속으로 원작 '닥터 포스터' 편성
리메이크작 흥행=원작 VOD 인기 공식 증명
지난해 ‘SKY캐슬’부터 올해 ‘이태원 클라쓰’까지 드라마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JTBC도 전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인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대작들을 공격적으로 편성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정을 일부 변경하게 됐다.
JTBC에 따르면 오는 27일 첫 방송 예정이었던 월화드라마 ‘모범형사’, 그리고 ‘부부의 세계’ 후속으로 예정됐던 유준상·송윤아 주연의 ‘우아한 친구들’이 7월로 미뤄졌다. 대신 5월에는 배우 정일우, 강지영 주연의 ‘야식남녀’가 특별 편성된다. 신설된 수목드라마의 첫 주자 ‘쌍갑포차’는 변동 없이 오는 20일 방송을 시작한다.
현재 JTBC의 효자 프로그램인 ‘부부의 세계’가 방송 중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후속 드라마로 예정했던 ‘우아한 친구들’ 편성이 밀리면서 공백이 생겼다. 예정대로라면 ‘부부의 세계’는 16부작으로, 5월 1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드라마 공백의 위기에 JTBC가 내세운 방안은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 ‘닥터 포스터’ 편성이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부부의 세계’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첫 방송 당시 6.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해 11일 6회 방송에서 18.8%까지 시청률이 치솟으며 신드롬 급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리메이크된 ‘부부의 세계’의 성공은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 ‘닥터 포스터’는 2015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17년 시즌2를 마무리 지었다. 각각 5부작으로 방송됐다. 현재 이 드라마는 OTT 서비스인 왓챠 플레이와 웨이브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워낙 원작을 볼 수 있는 창구가 매우 좁다 보니 JTBC의 편성을 반기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리메이크 작품의 흥행에 힘입어 국내 채널에서 원작을 편성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 또는 인물 등이 이슈가 되면 이와 연관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우다. 시청자들의 요구에 의해 편성되는 경우도 있다.
김명민·이선균 주연의 MBC ‘하얀거탑’이 화제가 됐을 당시 영화 전문채널 OCN은 일본판 ‘하얀거탑’을 방송했고,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인기를 끌자 케이블채널 드라맥스에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재방송되기도 했다. SBS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도 원작 ‘가정무 미타’가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동시기에 방영됐고, JTBC 드라마 ‘리갈하이’도 동시기에 채널J에서 동명의 원작인 일본 드라마가 편성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보통 케이블TV를 통해 이뤄졌는데, JTBC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리메이크작의 후속으로 원작을 편성하는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 것이다. 지금까지 리메이크작의 흥행이 이후 편성된 원작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여서 일각에선 어쩔 수 없는 처지에서 선택한 악수(惡手)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맞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전도연 주연의 tvN 드라마 ‘굿와이프’의 흥행이 유료방송이 제공하는 원작 VOD 시청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B tv에서 서비스됐던 원작 ‘굿와이프’의 VOD 히트수가 리메이크작 흥행 전보다 3배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별로 보면 약 4000건에서 1만 3000건까지 치솟은 수치다.
‘굿와이프’를 통해 증명된 ‘리메이크작 흥행=원작 해외 드라마 VOD 인기’ 공식은 ‘부부의 세계’에도 적용이 되고 있다. 17일 기준, 웨이브의 인기 해외 시리즈에서 ‘닥터포스터’ 시즌1과 2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3월 넷째 주 차트에 4위로 진입한 이후 현재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원작을 본 시청자들의 일부 유실이 발생하겠지만, ‘부부의 세계’의 시청자들 대다수를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