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약 극찬 이은 비과학적 접근 일파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와 관련, 이번에는 '살균제 인체 주입 검토' 발언으로 미국 안팎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극찬해온데 이어 또다시 비(非)과학적인 언급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충동적으로 거론하며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역풍이 거세다. 코로나19 치료를 놓고도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이 다시 회자할 정도다.
살균제 주입과 자외선 노출을 검토해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며 그 논란도 일파만파 확산했다.
표백제가 침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연구 결과에 흥미를 보이며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돌발 발언'을 불쑥 꺼낸 것이다.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과학적 근거 없이 충동적 발언을 쏟아내며 과학자·의사사회 및 보건당국과 긴장을 형성해온 상황의 연장선 상이기도 하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윗을 통해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올렸고, 미 식품의약국(FDA)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띄워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의 약물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살균제 제품 라이솔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는 24일 어떤 상황에서도 인체에 주입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돼선 안된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맹폭에 나섰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내가 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제발 표백제를 마시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주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라이솔을 폐에 주입하라고 한다"며 "과학을 믿지 않는 것이 그들의 접근법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이 결여된다면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경로를 밟을 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미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발언'이 의학 전문가 등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의학계 등에서는 당장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황당무계 발언",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CNN방송은 '트럼프, 위험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법을 퍼트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기 와서 도널드 트럼프의 서부 개척시대식 떠돌이 약장수 쇼를 봐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