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 함께 공유하며 치열하게 살아와
통합당 총선 패배, 국민 마음 움직이는 데 실패…시너지 못 냈다
청년정치인 육성·시민들 교육 이끌 수 있는 시스템 만들고 싶어
단 한사람에게라도 선한 영향력 미칠 수 있다면…그게 가장 큰 보람일 것"
지난 4.15 총선 참패 이후 차세대 보수인재 양성에 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대정신에 실력 있게 편승하지 못한 구태의 이미지가 주요 패배 원인으로 분석되었기에, 그만큼 보수의 미래인재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주요 명문대 출신 ▲80년대 후반 출생 ▲미래통합당 당협위원장급 이상의 정치이력을 지닌 통합당 내 미래인재들, 830세대(80년대생·30대·00년대 학번)를 중심으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앞으로 보수가 지향해야 할 인재양성의 방향성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효원 전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는 1988년생으로, 지난 2017년 바른정당 입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을 거쳐 새로운보수당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함께한 후, 청년 당대표 선발에 참여해 치열한 면접 과정을 거쳐 공동대표로 선발됐다.
이 전 대표는 25일 데일리안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2030세대가 겪는 다양한 고민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학비 충당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그만큼 지금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함께 공유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통합당의 총선 패배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실패했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그는 "새로운보수당 지지자들이 통합 후 통합당을 지지하지 못하겠다며 떠난 분들이 있다. 이들조차 포용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중도 성향 국민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었겠나"고 지적했다.
당 쇄신 방안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현재 통합당 내에 당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그룹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런 기류 자체를 보다 더 시스템화해서 정당 안에 공식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성의 금지', '논쟁성의 유지', '정치적 행위능력의 강화'를 강조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거론하며 이 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청년정치인들을 육성하고 장차 시민들의 정치 교육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진영이 '따뜻한 보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보수정당은 너무나 이성 쪽에만 치우쳐져 있다"며 "따뜻한 보수로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보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차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희망을 심어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말로 단 한사람에게라도 제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 제가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하면 그게 제가 정치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보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독자들에게 이효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한다면
=저는 1988년생으로 이른바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라고 불리는 2030세대가 겪는 다양한 고민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개인사를 얘기하자면 저는 학창시절부터 아버지가 암투병을 하셨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돌아가셨다. 그러다 보니 20대를 굉장히 치열하고 힘들게 지냈다. 대학 장학금을 받기 위해 너무나 열심히 노력해야 했고 나머지 학비를 충당하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기도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콜센터, 영화관,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현재는 대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업에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 작은 심리상담센터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신청을 하며 전문분야에 청년이라고 적어 넣었는데, 그만큼 지금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함께 공유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생각한다. 이 분들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청년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보수정당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17년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청년정치학교 과정을 마쳤다. 바른미래당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출범하게 됐고 그 출범을 지지하며 창당준비위원회 구성 당시 창준위 멤버로 열심히 창당 작업을 도왔다. 이준석 위원장이 있었던 젊은정당비전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새로운보수당이 창당되고 나서 당대표를 뽑을 때 지원해 청년 당대표로 활동했다.
보수정당 선택한 이유는 지난 2017년 탄핵 이후 보수를 이렇게 무너뜨릴 수 없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상황에서 보수를 재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바른정당이라는 대안 선택지가 나오며 여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입당했다"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를 역임하다 보수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 이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아쉬운 결과가 있었다. 총선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는
"비록 당선권은 아니지만 처음에 29번을 받았다가 명단이 바뀌는 과정을 겪으면서 예비후보 9번 밀려났다. 사실 양가적 감정이 있었다. 하나는 놀라움이었고 하나는 당연히 아쉬움이었다.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정당 생활을 그리 오래 한 것도 아니고 남들이 소위 말하는 '빽'이라는 것도 없는 제가 명단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자체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 한국 정치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전체적으로 겪으며 어쩌면 이렇게 한 공당의 공천 시스템이 부재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일반 기업의 평범한 면접보다도 심층적이지 못한 면접 과정 등을 겪으며 이것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면접일 수 있느냐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합당 총선 패배의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누가 봐도 너무나 명백하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보수통합과정에서 물리적 통합은 이뤄졌을지언정 화학적 통합이 너무나 이뤄지지 못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당 지도부가 국민들에 충분한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사실 새로운보수당 지지자들의 경우는 중도보수 성향의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통합 후 통합당을 지지하지 못하겠다 하며 떠나가신 분들이 있다. 이들조차 포용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중도 성향 국민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었겠나. 전략적인 부분들이 부재했다. 지도부의 실책이 컸다 생각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다. 청년 인사들의 합류가 거론되는데 평가는. 본인이 생각하는 당 쇄신 방안이 있다면
"청년들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개진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 새보수당 대표를 역임하며 사실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원외 청년들이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이상이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부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 쇄신 방안과 관련해 현재 통합당 내에 당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그룹들이 생기고 있다. 청년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초재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공약개발공부모임인 삼정개혁모임도 있다. 여기저기서 모임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당 안에서 우리가 개혁해야겠다는 기류와 그 기류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표시라고 생각한다. 그냥 만들어놓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류 자체를 보다 더 시스템화해서 정당 안에 공식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 비대위의 개혁방안에 적용시켜야 한다. 최소한 지금의 열정과 의견들을 모으는 하나의 총합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정가를 달구고 있는 윤미향 사태에 대한 생각은
"지금까지 밝혀진 형태로 보아 분명히 명백한 의혹이 있다. 해명 기회를 주었음에도 의혹이 물고 물린 상황을 봤을 때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에게 분명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놓고 봤을 때 윤 당선자가 도덕적인 면이나 윤리적인 면에서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본다"
-보수정당의 청년정치인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는가, 반대로 장점이 있다면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청년정치인 육성 시스템의 부재다. 너무나 부족하다. 스스로 각개전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 안타깝다. 그렇기에 청년들이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이상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앞으로 청년들을 어떻게 육성하며 발굴해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실 보수통합 이후 통합당이 굴러가는 형태를 지켜보면서 청년정치에 다시 한 번 위기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보수진영 청년 몇 분들과 함께 당 밖에서 우리들끼리라도 함께 생태계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가칭 '미래청년협의회' 그룹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여전히 당 안에도 청년 정치인이 육성·배출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보수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본인이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따뜻한 보수'로 나아가야 한다. 모호한 개념일 수 있는데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과 이성이 함께 가야 하는데 보수정당은 너무나 이성 쪽에만 치우쳐져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들,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방향을 잃은 것 같다. 따뜻한 보수로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보수가 됐으면 좋겠다.
보수의 가치는 '무언가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얘기가 많다. '어떤 것'을 지키는 지에 대해서 방점이 찍혀야 되는데 그저 보수는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수구와 보수가 다소 혼동되는 것 같다. 옛것을 지키고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것은 수구의 개념이다. 외부에서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에게 '보수는 수구다'라는 개념이 생기는 것 같다. 이걸 바꾸는 작업을 보수가 해야 한다. 보수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설정을 하고,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법과 질서라는 테두리 속에서 방향성과 방법론을 가져가야 한다.
미래 세대에는 양극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균형을 이루기 위해 '따뜻함'이라는 개념이 들어와야 한다. 과거의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보다 나은 시스템을 구성할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 보수당의 역할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고,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확대됐다. 가장 시급한 건 정치와 관련된 교육시스템의 부재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은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확립니다.
1976년 서독에서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교육자와 정치가 및 연구원들이 독일의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서 이뤄낸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있다. 일종의 정치교육지침인데 크게 세 가지 규칙으로 나뉜다. '강제성의 금지', '논쟁성의 유지', '정치적 행위능력의 강화'가 그것이다. 독일 정치의 헌법적 기능을 하는 합의문을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합의해서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함께 합의문을 내서 청년정치인들을 육성하고 장차 시민들의 정치 교육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아울러 저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희망을 심어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말로 단 한사람에게라도 제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 제가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하면 그게 제가 정치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보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