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경제 현실로] 역성장·저금리에 금융권 '잔치는 끝났다'

코로나發 경기 침체 심화…제로금리 시대 '이중고'

실적 부진 불가피…수익 체질개선 해법 찾기 골몰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후폭풍에 금융권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역성장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에 따른 역대급 초저금리는 금융사들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권이 수익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은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까지 낮춰 잡았다. 지난 2월에 제시했던 2.1%에 비해 대폭 하향한 수치이자,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1%) 이후 20여년 만에 맞닥뜨리게 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다.

이처럼 저성장을 넘어 역성장이 가시화하면서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경제 사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금융 시장도 당분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여전히 내수 시장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금융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에게 더욱 큰 문제는 이로 인한 저금리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하 기조로 돌아선 이후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이르기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하락하며 0.50%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7월 금통위 전까지 기준금리가 1.75%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새 1.25%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던 와중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진 결과물이다. 한은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산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어 전날 열린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내리기로 했다. 국내 금융권에 처음으로 0%대 금리 시대가 열린 지 두 달여 만에 추가 조정이다.

당장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 금리라 낮아질수록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기준금리 내리막이 본격화한 지난해 국내 19개 은행들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89%에서 1.71%로 0.18%포인트 하락했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예대 마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는 곳은 보험업계다. 기준금리가 떨어진 만큼 투자 수익률도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고객들이 낸 보험료를 굴려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보험사들에게 기준금리 하락이 치명적인 이유다. 보험업계의 실적 부진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7조2863억원) 대비 26.8%(1조9496억원) 급감했다.

특히 과거 자산 규모 경쟁을 벌이며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팔았던 생명보험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보사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8%에 달하는 금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상품 영업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최근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이 같은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따른 역마진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상대적으로 증권사들의 여건은 이보다 나은 편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증시에 호재로 평가된다. 낮은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며 시중에 풀린 돈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시장으로 향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어서다. 다만 코로나19가 일반적인 경제 공식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불확실성이 언제든 현실로 불거질 위험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각각의 악재가 누적되면서 올해 금융사들은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권은 저성장 국면 속에서도 불어나는 대출과 그에 따른 이자 수익에 힘입어 눈에 띄는 실적 잔치를 이어 왔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은 지난해에만 12조7588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11조7033억원)보다 1조원 이상 불어난 액수다.

이제 금융권 안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뜻밖의 충격 요법으로 작용하면서 금융권의 변화를 이끌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배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을 뿐, 저성장과 저금리는 예고된 이슈였다"며 "예대 마진 축소를 위한 투자금융 강화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영업 확대 등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의 생존 방안을 골몰하던 금융사들에게 코로나19가 쓰지만 경쟁력을 높여주는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