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복귀전서 돌직구로 아웃카운트 3개
김하성 등 키움 타자들도 구위 체감한 뒤 인정
무려 2442일 만에 치른 KBO리그 복귀전에서도 오승환(38)의 돌직구 위력은 살아있었다.
오승환은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서 펼쳐진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3-4 뒤진 8회초 등판해 무실점(1이닝 1피안타 1볼넷)으로 막았다. 투구수 10개(S:5).
익숙한 리그와 팀이지만 해외에 있던 6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홈구장도 대구 시민구장이 아닌 라이온즈파크로 바뀌었다.
실전 공백을 감안했을 때, 2군 퓨처스리그에서 테스트를 거칠 만도 했지만 오승환은 라팍으로 직행했다.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은 (2군 테스트)과정이 필요 없는 검증된 투수”라며 72경기 징계기간 경과와 함께 바로 1군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2013년 10월2일 부산 롯데전 이후 약 7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온 오승환의 위압감은 여전했다. 불펜서 몸을 푼 뒤 후배 투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격한 오승환은 땀을 많이 흘렸고,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런 탓인지 출발은 불안했다. 키움 선두타자 박준태에게 던진 초구 직구(시속 146㎞)가 몸쪽 높게 형성, 우측 방면 2루타로 연결됐다. 후속 타자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위기에 놓였지만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규민을 공 2개로 1루수 땅볼 처리했다.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는 김하성을 ‘돌직구(시속 145km)’ 1개로 처리했다. 오승환 구위에 눌려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 김하성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승환을 처음 상대한 키움의 젊은 타자들은 공의 위력을 실감했고, 삼성 팬들은 “3루에 주자가 있어도 오승환이 있어 큰 걱정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투구수 10개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이 8개였는데 모두 시속 146km 이상을 찍었다. 이날 아웃카운트 3개도 모두 직구로 잡았다.
2군 경기를 건너뛴 점과 실전 공백을 떠올릴 때 매우 위력적인 피칭이다. 안타와 볼넷은 이날 세이브를 따낸 키움 조상우(1이닝 2피안타 1볼넷)도 허용했다. 이날 구위를 보면 이정후(키움)-강백호(KT) 등 KBO리그의 젊은 타자들과 ‘힘 대 힘’ 대결을 자신했던 오승환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은 당분간 오승환을 부담이 덜한 상황에 투입한다고 했지만, 이날 선보인 오승환 구위를 보면 몇 경기 지나지 않아 마무리 투수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9회말 2사 1, 3루에서 살라디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3-5로 졌지만, 삼성은 오승환의 위력을 현실에서 새삼 확인하며 새 희망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