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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판문점선언"…남북관계, 루비콘강 건넜다


입력 2020.06.17 00:30 수정 2020.06.17 00:1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6.15 기념일 다음날 판문점선언 '상징' 폭파

현 정권 넘어 참여정부‧DJ까지 부정할 가능성

예고대로 군사도발‧개성공단 철거 이어질 듯

靑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 있어"

16일 오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모습. ⓒ국방부 제공

16일 오후 2시 49분,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잿더미로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남측 공동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방 폭파는 남북관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비상식적 행위"라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이날 오후 3시 54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14시 49분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같은날 오후 4시 50분 보도에서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완전 파괴됐다"며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전했다.


"연락사무소 폭파로 판문점 선언 무너져"
"北, 상당기간 남북관계 도모 안 할 듯"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상징'이 폭파된 만큼 남북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근거해 같은 해 9월 문을 열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연락사무소를 부쉈으니 판문점 선언을 부순 셈"이라며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2년 동안 이어져온 '거짓 평화'의 가면이 벗겨졌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통화에서 "연락사무소 파괴로 판문점 선언이 무너졌다"며 군사합의를 도출했던 "평양 선언(9.19 선언)까지 무너져가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연락사무소 폭파는) 판문점 선언 파기"라며 "향후 군부 행동으로 9.19 군사합의 파기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 폭파로 상당기간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16일 오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가운데 개성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도 개성공단 방향에서 폭발음이 들린 후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뉴시스
6.15 기념일 다음날 '폭파' 감행
文 정부 넘어 DJ까지 부정하나


북한이 남북 협력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 다음날 폭파 버튼을 눌렀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차례로 무효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일 다음날 북한이 강행한 연락사무소 폭파 조치는 6․15 공동선언과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평가했다.


전성훈 전 원장은 북한이 6.15 다음날 폭파를 감행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를 넘어 김대중 정부의 남북관계까지 뭉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북한이 수세적 입장에서 남한과 화해 협력하며 생존을 모색했던 일체의 역사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의 보루' 개성공단 철거보다
군사합의 파기 수순부터 밟을 듯


이번 폭파 조치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예고했던 '단계적 절차'에 대한 이행은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됐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를 예고하며 △개성공단 완전 철거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평가되는 만큼, 개성공단 관련 조치보다 군사적 움직임을 먼저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한 지난 13일 담화에서 다음 대적사업의 권한을 군부로 이양한다고 밝혔다.


최강 부원장은 김 부부장이 공개적으로 단계적 조치를 공언한 데다 관련 내용이 북한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공개적으로 전달까지 된 상황이라며 "여기서 뒤로 무르는 걸 기대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개성공단 철거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군을 이동하는 게 훨씬 수월할 것이다. GP 재건에 나서며 군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이 예고한 후 도발하는 행태를 볼 때 2010년 연평도 포격과 같은 기습 도발보다는 '보여주기식'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원도 철원군의 한 감시초소(GP)를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현 안보상황과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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