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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김여정 위상에 따라붙는 '김정은 건강이상설'


입력 2020.06.18 14:47 수정 2020.06.18 15:0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후계구도 바로미터 '軍 통솔력'

軍 동원한 김여정, 후계구도 확립 가능성

과거 '수령' 건강 이상 징후 뒤 승계 본격화

"최악의 상황 대비하는 게 안보의 원칙"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대내외적 입지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대남 사업을 총괄한다는 김 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대적사업 권한 이양 등을 통해 군 장악력까지 보여준 만큼 사실상 후계구도를 굳혔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전유물로 평가되는 군부대 동원 권한을 김 부부장에게 일부 넘겨준 배경을 두고는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로 대남 공세 전면에 나선 이후 '대남사업 대적사업 전환' '연락선 차단' '연락사무소 폭파' '권한 군부 이양' '남측 대북특사 거절' 등의 조치를 차례로 내렸다.


대남 사업을 총괄한다는 김 부부장의 관련 조치가 북한 주민들이 직접 접하는 노동신문에 소개됐다는 점에서 국외는 물론 국내적 입지 역시 확고해졌다는 평가다. 더욱이 최고지도자에게만 허용되는 '당중앙' '지시' 같은 표현이 연일 김 부부장에게 사용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북한의 권력 세습 전례를 감안하면 김 부부장 위상강화 배경에 김 위원장 건강 상태가 연관돼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 3대 세습 과정에서 후계자 양성이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이 확인된 이후부터 진행됐다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문제하고 관련이 조금 있어 이것(후계)에 대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권력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올 때 어떤 업적을 내세워야 되는데, 그 업적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통해 부각시켰다"며 "긴장감을 조성해 후계자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유학파' 청년 김정은의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주민이 지도자로 인식할 수 있는 '업적' 달성 차원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김 부부장의 최근 대남 강경 행보 역시 후계구도 확립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통상 대미‧대남관계 뉴스를 북한 내부에 잘 알리지 않아왔다. 한데 최근 김 부부장 관련 소식은 노동신문을 통해 빠짐없이 북한 주민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김여정을 주민들에게 (후계자로) 각인시키고 인식시키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역시 한 세미나에서 향후 김 부부장이 군 관련 공식 직책을 맡을 경우 "후계자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볼 만한 신호"라며 "북한이 김여정을 김정은의 후계자나 그와 비슷한 존재로 키우고 있다면 최근의 강경 메시지는 더욱 우려스럽다.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 중이던 2010년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에서 김 부부장이 "이달 초 사실상 김정은의 '대행(deputy)‘으로 공식 승격됐다"면서 “김여정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김정은)의 건강이 좋지는 않다는 추측에 불을 지필만큼 깜짝 놀랄 변화(stunning shift)"라고 평가했다.


김여정 위상 강화, 역할 분담 차원일 수도
'김정은 특별기' 이동 정황…군사도발 전조?


일각에선 김 부부장 위상 강화가 역할 분담 차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월 코로나19 관련 대남 친서까지 보냈던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적대 사업 전면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 파국을 공식 선언하는 것인 만큼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설 경우 북한이 다음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김여정 부부장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고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뒤에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북한 고려항공 An-148이 평양 인근에서 함흥 방면으로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항공기는 김 위원장이 지방 시찰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같은 편명의 항공기가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방향으로 운항된 사실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항공기 움직임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신포 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신형 잠수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당 군사회의와 외무성 담화 등을 통해 '핵전쟁 억제력'을 거듭 강조해왔다.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역임한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전문가의 영향력을 벗어난 신통력"이라며 "가능성이 높고 낮음을 떠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안보의 원칙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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