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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아이랜드’, 참가자들에 맡긴 ‘거수’ 투표…눈치게임이 최선?


입력 2020.06.27 07:18 수정 2020.06.27 07:2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엠넷

엠넷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생존게임 ‘아이랜드’를 위해 새로운 복합 전용 공간을 만들어 냈다. 200억원을 투자한 프로그램답게 첫 시작은 화려했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 우두커니 뿌리를 내린 건물은 보기만 해도 감탄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푸르른 숲에서 건물이 뿜어내는 묘한 기운이 안방까지 전해진다.


26일 첫 방송된 ‘아이랜드’는 공들여 만든 이 건물을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건물 내부에는 참가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비밀의 공간에는 프로듀서인 방시혁, 비, 지코가 자리했다. 이들은 화면을 통해 참가자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 밖에도 연습실, 주거 공간, 운동 시설 등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23명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짝을 이뤄 이 공간에 들어섰고, 한 자리에 모여 입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방송에서 비춰진 프로듀서 3인의 역할은 참가자들이 능동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그들의 손으로 ‘인’ ‘아웃’을 결정짓는 걸 지켜보는 것이었다.


첫 도전자인 최세온을 시작으로, 박성훈, 제이, 니콜라스, 니키, 이희승, 케이, 다니엘, 변의주, 노성철, 이건우, 타키, 양정원, 김선우, 이영빈, 제이크까지 총 16명이 첫 관문을 통과했고, 한빈, 정재범, 추지민, 조경민, 최재호, 김윤원, 김태용은 그라운드에 남았다. 정원(12명)을 초과하면서 이들 중 4명은 또 한 번의 투표를 통해 그라운드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아이랜드의 모든 결정은 지원자 스스로 하게 된다”면서 “이상적인 팀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진행자 남궁민의 말처럼 도전자들이 나서서 무대의 순서를 정하고, 서로에 대한 평가를 한다. 즉 아이랜드에서의 결정권을 도전자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참가자들이 능동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한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룹을 나누는 투표 ‘방법’이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모두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거수’로 상대의 무대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로 이들은 옆 자리에 앉은 다른 도전자에게 “(손) 들까? 들래!”라고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여러 차례 손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비춰졌다. 이는 온전히 상대의 무대를 둔 고민은 아니었다. 입성할 수 있는 정원이 정해져 있었고, 무대가 진행되면서 정원이 줄어들었다. 결국 스스로가 살아남을 확률이 줄어드는 것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이런 행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프로듀서인 비 역시 그런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뽑혀야 하기 때문에 손을 들까 말까 고민할 수도 있다. 눈치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눈치게임이 서바이벌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력과 별개로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아웃기킨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실제로 이날 참가자들의 무대를 본 프로듀서들의 평가와 참가자들이 거수로 결정한 결과는 다수 엇갈렸다. 한 예로 프로듀서들은 “아쉽다”는 평가를 한 케이는 다수 참가자들의 지지로 입성의 기회를 얻게 됐다. 또 첫 도전자인 최세온의 무대를 보고도 프로듀서들은 “모든 근육이 얼어 있다. 내가 다 안타깝다”고 평했지만, 22표 즉 본인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의 지지 속에 아이랜드에 입성하게 됐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정형진 상무는 “평가 과정을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런 투표 방식에 대중이 신뢰할 수 있을까. 방송 이후 다수 시청자들도 거수 투표 방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지, 투표 게임인지 모르겠다” “평가 방식은 좀…눈치싸움만 한 듯” “면전 앞에서 투표라니 잔인하다” “스케일은 큰데 투표 방식이 이게 뭐냐” “투표방식 너무 문제 많은 것 같다” 등의 반응이다.


앞서 방시혁 프로듀서는 “프로듀싱을 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참가자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굉장히 기대가 크다. 미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아이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를 견고히 하려면 다수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투표 방식을 보완하고, 그라운드와 아이랜드에 속한 이들의 성장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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