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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었다 조였다…김종인, 노련한 '대권주자 띄우기'


입력 2020.07.05 10:25 수정 2020.07.05 10:2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긴장 느슨해질 때쯤 "백종원" 실명 언급에 '술렁'

이번에는 "당밖 꿈틀거리는 사람에게 권고해봐"

김동연·홍정욱 거론…윤석열도 '전략적 주시'

"11월에 나온다"…'시선 고정' 유도하는 노련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생대책특별위원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생대책특별위원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련하게 차기 대권주자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풀었다가 조이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시선을 붙들어두고 궁금증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당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며 "당에 오기 전부터 관심 있게 관찰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복수의 외부 인사를 만나 대권 도전 의사를 타진했으며, 이들로부터 "고민해보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는 말에 정치권의 시선이 단숨에 고정된 분위기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눈여겨보면서 접촉한 인물이 홍정욱 전 의원이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 전 의원은 70년생으로 올해 만 49세이며 친환경 음료를 유통하는 올가니카 회장을 맡고 있는 실물경제인으로, 앞서 김 위원장이 말한 "40대 경제전문가"의 범주에 포함된다. 김 전 부총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청와대와 총리실, 기획재정부를 두루 거치며 예산·경제정책을 오랫동안 담당한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권에서 일해와 '비(非)호남 출신으로 혐오도가 낮고 호감도가 높은 인물'이라는 평이다.


앞서도 김종인 위원장은 통합당의 차기 대권주자와 관련해 "40대 경제전문가"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떠냐"라고 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가 "눈씻고 찾아봐도 그런 (40대의 경제전문가로 불릴만한) 사람은 없더라" "대중친화적 인물이 대선주자가 돼야한다는 취지에서 예로 든 것"이라고 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국민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최근 실시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비(非)민주당 인사로는 가장 높은 3위로 뛰어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노련한 '관리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 총장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대권주자로 염두에 둔 사람은 현재 공직에 있지 않다"라며 "검찰총장이 무슨 대권주자냐. 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등 선을 긋고 있다.


이같은 '거리 두기'는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야권의 관심이 오히려 윤 총장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김 위원장이 접촉했다는 복수의 잠재적 대권주자에 윤 총장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없다는 게 통합당 안팎의 중론이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윤석열 총장의 성향상 현직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외부의 정치인을 만나 이런 문제에 문답을 주고받을 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등에서 "이 정권이 저러다가 진짜 윤석열 총장을 대권주자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며 "검찰총장을 그만둔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를 봐야 한다"고 '전략적 관심'을 유지한 채 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당의 차기 대권주자 선출 과정은 '미스터트롯'처럼 국민의 관심을 잡아끌어 붙들어두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점에는 당내에 이론이 없다. 조해진 의원도 "김 위원장이 말하는 분도 우리가 모르는 분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좋은 인물을 대선 경쟁이 참여시켜 본선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여건 속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야권의 대권주자가 오는 11월 정도에는 나와서 자기표현을 하고 시작하는 게 시간상으로 정상적"이라고 한 것은 국민적 관심을 계속해서 예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능수능란한 '드라이브'라는 평가다.


한 통합당 의원은 "앞서의 백종원 언급만 해도 뜬금없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쯤에서 누군가의 실명 하나가 나와주지 않았더라면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우리 당의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잡아당기는 기술이 능수능란하다"고 분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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