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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맛에 맞춰드립니다”…진화하는 유통가 구독경제 서비스


입력 2020.07.07 16:13 수정 2020.07.07 16:1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업체·고객 ‘윈윈’ 전략…매월 다른 콘셉트의 다양한 제품 선택 발송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배송형’에서→직접 수령하는 ‘수령형’으로 변화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지난 4월 와인, 빵, 커피를 대상으로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지난 4월 와인, 빵, 커피를 대상으로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롯데쇼핑

'구독경제 서비스'가 큐레이션 기능을 탑재하고 한층 더 스마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로를 추가해 판매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정기구독 서비스는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따박따박 문 앞에 가져다 주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면 최근엔 이 같은 기조가 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큰 카테고리만 정하면 다양한 제품을 업체가 직접 골라 배송하는 형태로 성장 중이다. 방식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배송형’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도록 한 ‘수령형’도 늘어나는 추세다.


백화점 업계는 큐레이션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가가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하는 ‘큐레이션’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주로 쓰던 용어다. 수십 년간 좋은 먹거리를 골라 신제품 경쟁을 해온 백화점과 식품회사는 강력한 ‘전문 바이어’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최근 이 강점을 구독 경제를 통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약 20만원 상당의 제철 과일을 집으로 보내주는 과일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달 구독료 18만원을 내면 모음 과일을 매주 한 차례 3~5종류의 과일로 구성된 상자로 포장해 집 앞까지 배송해 준다.


황제의 과일이라고 불리는 하미과 멜론, 델라웨어 포도 등 흔치 않은 과일과 함께 과일 보관법, 먹는 법 등을 담은 과일 설명서도 함께 배달된다.


롯데백화점도 노원점에서 지난 4월부터 와인, 빵, 커피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의 경우에는 당장의 매출보다는 고정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확대 도입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자연스럽게 경험시켜드릴수 있다는 점도 매력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기 구독 서비스는 식품업계서도 주목하는 서비스다. 롯데제과는 제과업계 최초로 구독서비스인 ‘월간 과자’를 선보였다. 매번 제품을 번거롭게 구매할 필요없이 과자박스로 배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매월 롯데제과의 인기 제품 구성을 변경하며, 그 달 출시된 신제품을 추가로 증정한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월간 과자 구독 서비스는 지난달 17일 롯데제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 받은지 3시간 만에 마감됐다. 선착순 200명을 모집했다. 이용료는 월 9900원으로 3개월 선결제 방식이다. 추가 모집을 계획중이며 정확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주로 먹는 익숙한 제품만 주로 찾아 먹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소개해 신선함을 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며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서 과자 구독 서비스 모집 정원을 늘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아이스크림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 정기구독 서비스 원간 과-자ⓒ롯데제과 롯데제과 정기구독 서비스 원간 과-자ⓒ롯데제과

정기 구독 서비스의 품목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생수, 화장지 등 과거 생필품에 머물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얼음컵부터 햄버거까지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주류와 프랜차이즈 업계서도 구독 경제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1만9900원을 내면 한 달간 매일 아메리카노 한잔씩 사 마실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곳 아메리카노의 기존 가격은 한 잔에 3000원대로, 매일 빠짐없이 이용할 경우 한 잔당 가격이 700원에도 못 미친 가격에 즐길수 있다.


버거킹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 커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 데 이어 매월 5000원 미만의 구독료를 내면 특정 버거를 주 1회 총 4번 제공한다. 현재는 구독이 가능한 버거 종류가 한정돼 있지만 점차 구독이 가능한 버거 종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여름철 수요를 겨냥해 얼음컵 정기 구독 서비스에 이어 냉장커피, 과자 등 자체개발 상품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민생커피’ 달고나 라떼와 민생 파우치 아메리카노, 민생감자칩을 정상가보다 5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정기권 300장을 시범 판매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정기구독 상품이 객단가(한 고객이 구입하는 전체 상품의 단가)를 높이는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 이마트24가 그간 제공해온 구독 서비스도 주로 얼음컵, 커피 등 연관 구매율이 높은 상품이 중심이 돼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관련 업체들이 일제히 구독경제 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적 수익을 담보하고 예측할 수 있어서다.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행할 경우 소비자가 경쟁사 서비스는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도 크다.


특히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우, 20~30대 젊은 연령층이 소유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공유하려는 현상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구독경제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 2015년 약 470조원에서 2020년 약 59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도 하지만 특히 식음료 카테고리의 경우엔 여전히 익숙한 맛, 가성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충성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며 “구독경제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가성비와 충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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