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지지율 하락한 트럼프
백신 개발될 경우 치적으로 내세울 가능성
백신 실패시 '중국 때리기' 노골화할 듯
미국 대선이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과 인종차별 시위 여파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점이 대선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제약회사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최초 시험(임상 1상)에서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으로부터 항체 형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2차 임상 시험을 자체적으로 마친 모더나는 오는 27일 백신 개발의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들어간다.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인 최종 시험에서도 백신 효능이 입증되면 미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한 달여 뒤에 백신 재료가 생산되고, 가을 무렵 백신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미 대선 전에 백신 개발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모더나 백신이 실제 양산에 들어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업적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공산이 크다. 모더나 백신 개발의 핵심 '자금원'이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과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직접 꾸린 백신 개발 프로젝트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미국 대선을 '코로나 대선'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전 백신 개발이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무리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 생산을 강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BC 방송은 이 같은 우려를 전하며, 일부 과학자들이 임상 최종 단계를 앞둔 백신에 대해 "효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코로나19 여파 지속될 경우
'중국 때리기'로 책임론 회피할 전망
모더나 백신 개발이 순항 중이지만, 최종 성공 가능성까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카드는 '중국 때리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 대응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밀어붙여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 규정하며 연일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백신 개발 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더욱 노골화될 전망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2020 미국의 선택: 주요 변수 및 결정 요인과 한국에게 주는 함의'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코로나 사태가 선거 직전까지 안정되지 않고 미국 경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이번 선거에서 현직(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여론이 중국에 대한 책임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트럼프와 현직 의원들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지출을 늘리는 한편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턴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70~80%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코로나19 확산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답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 코로나19 여파가 지속 또는 악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라는 카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