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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효과 미지수…'비정규직법 꼴 날 수도'


입력 2020.07.30 15:18 수정 2020.07.30 16:1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주택임대차보호법 30일 본회의 처리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골자

졸속처리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 우려

"무식했을 뿐 의도 좋다? 지혜 모았어야"

민주당이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을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을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추진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8일 국토교통위에서 의결된 전월세신고제는 오는 8월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의 통과로 전월세 시장이 안정돼 서민들의 주거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30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김태년 원내대표는 "1989년 계약기간 1년에서 2년으로 바뀐 지 31년 만에 바뀐다. 2년 마다 집 옮기는 전세난민들을 돕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7월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준비한 입법은 전방위적 대책을 포함해 투기근절과 주택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2년 단위 전세계약 중 세입자는 2년 기간으로 한 차례 추가 연장이 보장된다. '2+2'제도로도 불린다. 아울러 재계약시 임대료는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전월세신고제를 패키지로 도입해 제도의 효력을 담보하고 시장의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전날 상임위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한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전월세 가격 안정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있는 법"이라며 "그동안 부동산에 집중됐던 과도한 유동성이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으로 투자되어 금융선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졸속처리'라는 비판은 "서민 주거안정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무시됐다. 힘 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정말 두렵다"며 "2+2가 맞는지 2+2+2가 맞는지, 상한 5%가 맞는지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하지 않나. 아직 시간이 있다. 소위에 회부해 심도 있는 심사를 하자"고 호소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이 바람대로 움직여줄 지는 미지수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가격 폭등 조짐이 나타나는 등 대혼란 분위기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를 줄 메리트가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당연히 집주인들은 전세매물을 거둬들이지 않겠느냐"며 "수요는 그대로인데 매물이 잠기면 가격은 상승하고 수요자는 또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계약갱신은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이 종료해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개념임에도 그러한 경우까지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은 사자 간 계약의 자유 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증액제한 시 임대인의 보상심리로 인한 단기적인 임대료 급등 및 신규임차인에 대한 진입장벽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임대차 3법이 시장에 주는 충격과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결과가 그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당장 전세값이 오른다든지, 아예 매물이 사라지거나 월세로 전환된다든지,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충분히 마련되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실제 입법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되는 실패 사례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비정규직법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자 노무현 정부는 2006년 '기간제및단기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당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정규직의 대량양산과 노동시장 양극화 고착화, ‘2년 해고제’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영화 '카트'에서는 당시의 혼란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잘 묘사된다.


근래에는 '민식이법'도 비슷한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적어도 구역 내에서는 어린이 보호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과도한 가중처벌 규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를 보고 도망가는 차량이 재미있다고 초등학생들 사이 일부러 차 앞에 나가거나 뒤따라가는 '놀이'가 유행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민식이법이 오히려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회과학의 기본은 의도치 않은 효과(unintended consequence)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할 핵심 윤리"라며 "백번 양보해 법을 만든 사람이 무식했을 뿐 의도는 정말 좋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복잡한 임대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심의과정에서 잘 따져보고 지혜를 모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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