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최근 경제 동향 8월호 통해 평가
물가는 제자리걸음, 산업 활동지표는 다소 양호
"산업활동·수출 등 개선…현재 상황 나쁘지 않아"
정부가 최근 경기 상황에 관해 "크게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달과 같이 "실물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소비·수출 등 개선세가 뚜렷하다는 자체평가다.
다만 길어지는 장마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조심스런 낙관론을 내비쳤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 설명 브리핑을 열고 "지난 5~7월 카드 승인액이 3~4월 대비 좋아졌다. 이 추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저조하다'는 출입 기자단의 지적에 따른 해명이다.
소비(소매 판매)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카드 승인액은 7월 4.8%(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2월 6.5%였던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3월 마이너스(-) 4.3%, 4월 -5.7%까지 떨어진 뒤 5월 5.3%, 6월 9.3%로 회복세를 보이던 중이었다.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그 폭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소비 상황은 양호하다. 6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2.4%,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했다.
기재부가 매월 발간하는 그린북은 현재 경기 국면에 관한 정부의 공식 판단을 담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화된 2월 펴낸 그린북에서 기재부는 "확산 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한국 경제의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3월호에서는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실물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4·5월호에서는 "실물 경제 어려움이 커졌다"고 했다.
이후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 폭이 축소하는 등 실물 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6월호)"했다고 낙관론을 폈으나 이내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실물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7월호)"이라고 선회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서는 "실물 경제 불확실성은 지속되지만, 수출·생산 부진은 다소 완화했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편 셈이다.
김 과장의 말처럼 산업 활동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다. 같은 달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4.2%,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했다. 소매 판매는 2.4%, 6.3%, 설비 투자는 5.4%, 13.9%, 건설 투자는 0.4%, 마이너스(-) 2.7% 증가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 지수 순환 변동치는 전월 대비 0.2p, 향후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 지수 순환 변동치는 0.4p 상승했다.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했다. 감소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그 폭은 줄어들었다(6월 -10.9%). 일평균 수출액은 1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18억4000만달러 대비 감소했다.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6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0% 상승해 보합세를 나타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석유류·농산물 등을 제거해 측정하는 근원 물가는 상승 폭이 확대됐다(5월 0.5%→6월 0.6%). 소비자 체감 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0.3% 하락했다. 신선 식품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5월 3.4%→6월 4.3%).
다만 장마로 인해 경기 상황이 다시 나빠질 우려는 있다. 김 과장은 "(오랜 장마 등) 날씨 요인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아직까지 (장마의 악영향이) 가시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장마가 길어지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장마를 적시했다"고 짚었다.
고용 지표도 여전히 부진하다. 6월 취업자 수는 270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만2000명 감소했고, 15~64세 고용률도 65.9%로 1.3%포인트(p) 하락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건설업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컸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 근로자 중 상용직을 제외한 임시직·일용직 모두가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영업자(비임금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같은 달 실업자 수는 122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1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p 높은 4.3%다. 비경제활동인구(1649만2000명)도 전년 동월 대비 54만2000명 증가했다. 경제 활동 참가율은 63.2%로 전년 동월 대비 1.0%p 하락했다.
7월 금융시장을 보면 주식의 경우 코스피(유가 증권 시장)·코스닥(장외 증권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로 전환(6월 -1조2000억원→7월 1조원)하면서 전월 말 대비 6.7% 대폭 상승했다. 외환 시장은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하락(강세), 원·엔 환율은 상승(약세)했다. 원·위안 환율은 보합을 나타냈다. 국고채(3년물) 금리는 4bp(0.04%) 하락했다.
같은 달 주택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61%, 전셋값은 0.32% 상승했다. 거래량은 13만8578건으로 전월 8만3494건 대비 66.0%, 전년 동월 5만4893건 대비 152.5% 증가했다.
주요국 동향을 보면 미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947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전기 대비 -9.5%). 일본은 6월 산업 생산·소매 판매 등이 반등했지만, 7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경기 회복 속도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은 7월 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폭우 피해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