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통합당 '호남·중도층 공략'에 제동
"김종인이 광주서 무릎 꿇는다고 진정성 입증되나
전광훈과 통합당 일각, 한몸 돼 움직여" 공세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중도 외연 확장'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통합당은 새로 마련한 정강·정책 첫 머리에 진보 정당의 아젠다였던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5·18 정신 계승 등을 명시한 것은 물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5·18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하는 등 호남·중도층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에는 통합당 국민통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북 전주 출신의 재선 정운천 의원이 '호남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와 '호남 제2지역구 갖기 운동'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호남 보듬기'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민주당은 통합당의 '호남 끌어안기'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전광훈=통합당' 고리로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도들의 광복절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통합당 간의 연계설이 부각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3년 10개월 만에 1위를 탈환했던 통합당 지지율이 한주 만에 다시 2위로 내려앉자,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이 '전광훈=통합당' 고리를 반전의 계기로 삼은 듯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8∼19일 성인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1%p 반등한 38.9%를 기록했다. 통합당은 0.8%p 오른 37.1%로 집계됐다. 지난 17일 발표된 조사에서 1.5%p 차이(민주당 34.8%·통합당 36.3%)로 뒤져 통합당에 1위 자리를 내줬던 민주당이 선두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떠오른 광화문 집회 책임론에 대한 국면전환 의도,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쇼로 보인다는 말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망언 정치인을 제명하지 않으면 김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 차원의 사과이고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통과에 함께 앞장서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의 '5·18 특별법 통과 확약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제 광주에서의 사과에 진정성을 담았다면 통합당이 반대해왔던 5·18 3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5·18 3법'은 △5·18 역사왜곡 처벌법 △5·18 공법단체 설립법 △5·18 민주유공자 예우·보상법 등이다.
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5·18민주묘지에 가서 무릎을 꿇는다고 진정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며 "5·18 특별법 통과와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담는 것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 통합당 소속 5·18 망언 정치인 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동시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통합당 책임론을 거듭 부각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광화문 집회가 끝난 지 5일이 지났는데 통합당은 집회에 참가한 소속 정치인과 당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관계없다'는 식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수수방관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바이러스 확산의 사실상 주범인 사랑제일교회 측이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로 국가 방역체계의 무력화를 기도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극우 개신교 세력이 세를 확장하는 데 있어서 통합당이 누구보다 큰 자양분을 제공했다. 통합당도 이번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 일각이 한몸이 돼 움직인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