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레스 결별 확정 이어 메시도 구단에 이적 요청
네이마르와 꾸렸던 전설의 MSN 조합 역사 속으로
리오넬 메시가 가족회의 끝에 FC바르셀로나에 이적을 요청했다.
25일 AP 등 보도에 따르면, 메시는 당장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싶다는 의지를 구단에 전달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8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후 11일 만이다.
2000년 유소년 선수로 입단한 메시는 20년 넘게 바르셀로나에서 뛰면서 10차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4차례 챔피언스리그, 6차례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미스터 바르셀로나’로 불렸던 초특급 스타다.
축구전문매체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메시의 현재 몸값은 1억1200만 유로(약 1573억원)에 달한다. 이번 시즌에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골과 도움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 만큼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메시 요구를 일단 반려했지만 끝까지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시의 계약이 내년 6월까지고, 7억 유로를 제시하는 구단이 있다면 이적을 막을 수 없다는 조항도 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패퇴 후 맨체스터 시티 등 다른 리그 굴지의 빅클럽들과 이적설도 불거지고 있다. 마음이 떠난 메시를 붙잡아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전설의 'M-S-N'도 역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메시를 위시해 루이스 수아레스(33), 네이마르(28·파리생제르망)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M-S-N’으로 불리며 FC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B-B-C(베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세계 프로축구에서 최정상급 파괴력을 과시했다.
가장 강했던 때는 2014-15시즌이다. 58골을 퍼부은 메시를 비롯해 네이마르가 25골, 수아레스가 26골을 터뜨렸다. M-S-N을 앞세운 바르셀로나는 당시 챔피언스리그 우승 포함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했다.
영원할 수는 없었다. 지난 2017년 네이마르가 M-S-N에서 이탈했다. 카타르 오일머니를 손에 쥐고 2억 2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건넨 PSG가 네이마르를 낚아챘다. 네이마르 하나가 빠졌다고 흔들릴 바르셀로나는 아니었다. 2017-18시즌에도 라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번번이 8강 무대에서 미끄러졌다. 빅이어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던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이번 시즌에는 2-8이라는 굴욕적인 참패로 물러났다. 바르셀로나는 1949년 이후 처음으로 8골을 허용하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역사상 첫 8실점 팀으로 남게 됐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5회 우승을 자랑하던 바르셀로나는 최근 5시즌 네 차례나 8강에서 미끄러졌다. 메시에 대한 의존도만 커진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매 시즌 빅이어를 목표로 세우며 쿠티뉴, 그리즈만 등 대어급을 영입했지만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즌 중 “빅이어를 차지하려면 팀이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던 메시는 8강전 대패에 낙담하며 가슴을 쳤다. 이날 패배로 2006-2007시즌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 없이 시즌을 마쳤다.
그런 상황에서 수아레스까지 팀을 떠나게 됐다. 지난 24일 스페인 '스포르트'는 “쿠만 감독이 수아레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계획에 수아레스가 없다”는 1분 짜리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수아레스와 바르셀로나의 계약 기간은 1년 남아있지만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불만이 쌓여있는 메시로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 바르셀로나에서 이적을 결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극적으로 재계약하며 잔류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바르셀로나도 메시에 목을 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메시와도 자주 통화하며 관계를 유지해온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루머에 ‘M-S-N’ 재결합을 내심 기대했던 축구팬들도 이제는 그 기대를 접었다. 역사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전설의 M-S-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