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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방역은 신앙 아닌 의학의 영역"...김태영 "전체 교회 막는 방식 오래 못가"


입력 2020.08.27 13:47 수정 2020.08.27 13:52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문대통령-교회 지도자 '살얼음판' 간담회

文 "그쯤 됐으면 국민에 사과해야 하는데 오히려 음모설"

김태영 회장 "종교, 어떤 이에겐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교회 지도자의 27일 만남은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비대면 예배 등 방역 협조를 당부하면서 사랑제일교회 등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일부 교회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교회 지도자들은 다양성과 일체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독교의 특성을 인정해달라며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과 교회 지도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청와대 본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자리에는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극복에 있어 대다수 교회가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력하면서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진행해 주고 계신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이끌어주신 교회 지도자들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민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300여명에 달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서울사랑제일교회 등을 겨냥했다.


이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이 그쯤 됐으면 적어도 국민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할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며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동선을 계속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며 "대면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교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며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힘을 모아서 빨리 방역을 하고 종식하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 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태영 대표회장은 "정부가 방역을 앞세워서 교회를 행정명령하고 교회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국민에게 민망한 일"이라면서도 "대통령과 언론이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했으면 한다.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외부에서 보면 분열처럼 비치지만 다양함 속에서 일체를 추구하는 것이 기독교의 특성이다. 이런 특성과 다양함이 인권을 신장시켰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며 "일상이 깨지면서 대부분 교회와 교단이 최선을 다해 방역에 힘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교회는 모이는 숫자보다는 모이는 장소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코로나 종식과 경제를 살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 종식과 예배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의 코로나 대응 방침과의 이견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지난 24일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지금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민하는 대통령의 고심과 종교단체가 보다 방역에 협조해달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종교단체의 활동이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여러 역할은 물론 실제적인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김 회장은 △정부와 교회의 협력 기구 설립 △교회 방역 인증 제도 도입 △교회 좌석 수 따라 집회 인원 유연성 있게 적용 등을 제안했다. 교회가 방역에 적극 협조하되, 교회의 본질인 대면 예배 권리를 훼손하지 말라는 취지다. 김 회장은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형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이 방식은 부담이 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 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대통령의 너그러운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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