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주문 시 전화‧전단지 등 이용률 절반 넘어
합병 시 독과점에 따른 ‘시장 지배적 사업자’ 우려 낮추는 근거로
합병 반대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 인상, 문제 해결 시 조건부 승인 가능성
최근 경기도‧서울시·인천시가 구성한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발표한 배달앱 관련 조사 결과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 배달앱 시장의 높은 수수료를 지적한 것이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현재 진행 중인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간 합병의 정당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는 지난 27일 외식배달 음식점 2000곳을 대상으로 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96%가 배달앱을 이용해 주문을 하고 있으며, 배달음식점은 업체당 평균 1.4개의 배달앱에 가맹돼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에 대해 소비자의 58.6%가 반대의견을 냈다는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재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배달앱의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9월부터 16개 민간 배달 플랫폼과 손을 잡고 공공배달앱 '제로배달 유니온' 서비스를 시작한다. 경기도는 NHN페이코 컨소시엄, 화성·파주·오산시, 문화방송, 경기도주식회사와 함께 오는 10월부터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공정경제협의체 설문 결과를 보면,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 검색 후 전화'(27.4%), '주로 주문하는 가게 번호를 저장 후 이용'(18.3%), '전단지를 보고 전화'(11.7%), '지역정보책자를 보고 전화'(5.9%)한다 등 다양한 수단이 이용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는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합병 핵심관건인 '시장획정', 즉 배달 시장을 어디까지로 인정할 것이냐는 점에서 배달앱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합병 반대의 가장 큰 이유로 꼽혔던 강력한 독과점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박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또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합병에 대해 소비자의 58.6%가 반대 의견을 냈는데 그 주된 이유는 '광고비·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음식값 인상(70.7%)'으로 나타났다.
이를 뒤집어 보면 광고비·수수료가 오르지 않는다면 합병에 반대할 큰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도 통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결국 양사 간 합병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업계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응답한 음식점 업주들이 적정 수준으로 꼽은 배달앱 수수료율은 평균 5.22%로 배민이 지난 4월 정률 수수료 방식을 도입했을 때 수수료율(5.8%)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수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배민은 다시 기존 정액 광고료 방식으로 복귀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자체의 실태조사가 오히려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간 합병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면서 “배달앱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는 있지만 전화나 전단지 등을 포함한 전체 음식배달 시장과 비교하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배민 측 주장이 일부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