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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도 '마이너스' 전망…기정사실화되는 '역성장'


입력 2020.09.09 08:40 수정 2020.09.09 08:40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KDI "올해 경제성장률 -1.1%"…결국 'V자 반등'은 없다

6월 '0.1%' 내걸었던 정부도 사실상 역성장 가능성 시사

재확산 여부가 최대 변수…전문가들 "-2%대 가능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좌석이 정리되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좌석이 정리되어 있다. ⓒ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1%를 제시했다. 통상 정부의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반영해 민간기관에 비해 다소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는 국책연구기관까지 마이너스(-) 전망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특히 -1.1%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현재 수준에서 멈추는 것을 전제한 수치다. 올 4분기 다시 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난다면 성장률도 이번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KDI는 지난 8일 'KDI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내년은 3.5%로 전망했다. 종전(5월) 전망치 0.2%, 3.9%에 비해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찌감치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지난달 -0.8%를 제시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부연한 바 있다.


KDI의 전망치는 LG경제연구원(-1.0%), 현대경제연구원(-0.5%) 등 국내 민간기관들에 비해서도 낮은 숫자다.


마이너스 전망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역대 세 번째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역사상 국내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발생한 1980년(-1.6%),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등 두 차례뿐이다. 특히 한은의 전망치 수준대로라면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KDI의 이날 성장률 전망은 다소 이례적이다. 통상 KDI는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상·하반기 전망을 발표한다. 그 외에 특별히 큰 폭의 조정이 필요할 때만 비정기 전망을 낸다. 비정기 경제 전망이 이뤄졌던 가장 최근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전망 수정이 필요했던 2012년이다.


KDI가 8년 만에 비정기 전망을 내어 하향조정한 핵심 요인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민간소비의 부진 지속이다. KDI는 올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4.4%(잠정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쪼그라든 -4.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으로는 -4.6%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도 마찬가지다. KDI는 올해 연간 총수출 증가율(물량 기준)이 -4.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 당시 -3.4%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상반기 큰 폭으로 위축됐던 수출이 하반기엔 회복이 이뤄지되 그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여기에 심화 양상을 띠는 미·중간 대립 구도도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중 분쟁은) 코로나19 충격이 워낙 크다보니 가려져 있는 측면이 있다"며 "갈등이 확대되면 세계경제, 한국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에 이어 KDI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나서면서 지난달 재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V자 반등'을 자신했던 정부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지난 6월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0.1%다.


기획재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는 성장률 전망은 1년에 두 차례(상·하반기)뿐이어서 추가적인 하향 조정 발표는 없다. 하지만 통상 KDI와 한은의 전망치가 실제 성장률 실적과 근접한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연말까지 가는 새로운 상황에서 역성장을 방지하는 노력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역성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은이 발표한 현재까지의 실적을 보면, 2분기 기준 전기 대비 성장률(잠정치)이 -3.2%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남은 3·4분기에 전기 대비 평균 1.3% 이상 성장해야 연간 전망치(-1.3%)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남은 기간 국내외 모두 코로나19 확산 흐름이 통제되고 글로벌 경기 흐름이 상당부분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하지만 주요 기관들 모두 공통적으로 올해 성장 전망의 불확실 요인으로 향후 코로나19의 전개 방향을 꼽고 있어 올 하반기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이뤄질 여지도 있다. 현재 100명대에서 통제되고 있는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4분기 혹은 그 이전이라도 다시 증가한다면 성장률은 얼마든지 -1%대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이번 전망에서는 4분기 확진자 수가 100명을 초과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며 "3단계가 진행된다면 더 (전망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확산 이후 8~9월 달 소비 흐름을 보면 3분기 1.3%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간 -2%대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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