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한국이 운 띄운 종전선언…북한·미국이 받을까?


입력 2020.09.29 05:00 수정 2020.09.28 23:4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韓, 美에 종전선언 필요성 거듭 강조

美, 여지 두면서도 적극성 띠긴 어려울 듯

北, 종전선언 관심 떨어져…"美와 담판 원할 것"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의 집 앞에서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의 집 앞에서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이후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띄우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북미 호응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북한에 앞서 미국 설득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각)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을 찾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종전선언 필요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온 취지가 모든 관련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나름 관심을 갖고 검토한 적이 많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얘기하기 전에 같이 한 번 앉아서 얘기하면 공감대가 있을 걸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미 대선 전 북미 깜짝 정상회담,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해선 "너무 앞서나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대북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등과 만나 △종전선언 △북한의 남측 공무원 총살 사건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방한' 폼페이오, '北 달래기' 나설까
인권 중시 美, '공무원 총살' 영향으로
종전선언에 부담 느낄 가능성


대선을 한 달여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 달래기' 차원에서 종전선언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미 외교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노동당 창건일 직전에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기로 해 한미가 어떤 식으로든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데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고, 선언적 효과에 그쳐 실질적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종전선언을 한다고 핵무기와 전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고 되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이 남한 공무원 총살 사건으로 인해 종전선언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이번 공무원 총살 사건이 보여줬다"며 "연락사무소 폭파도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평화가 왔다고 선언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지난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지난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北, 2018년 하반기부터 종전선언 언급 안해"
韓 믿었다가 '하노이 노딜' 맞은 北
韓 주도 종전선언에 거리 둘 가능성도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일정 부분 설득한다 해도 종전선언이 실제 성사되려면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의 전향적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은 경제 제재·코로나19·수해 '삼중고' 속에서도 외부 지원을 거부한 채 수해복구 '올인'을 선언한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을 '1차 복구' 시점으로, 연말을 '최종 복구' 시점으로 못 박기까지 해 단기간 내 대외협상에 역량을 투입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북한의 대외 정책 노선을 확립할 차기 당 대회가 내년 1월로 예정돼있고, 미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도 어려운 만큼, 북한이 섣불리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여건상의 문제와 별개로 북한이 종전선언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2018년 하반기 이후 북한 매체가 한반도 문제 해결이나 체제 보장 방안과 관련해 종전선언을 언급한 일이 없다"며 "이는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줄어들었음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종전선언 논의에 북한이 참여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 한국에 중재자 역할을 맡겨 비핵화 협상에 임했던 북한이 작년 하노이 회담 결렬로 체면을 구겼던 만큼, 미국의 직접적 제안에만 호응할 거란 관측이다.


박휘락 교수는 북한이 결국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주도하는 종전선언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일대를 현지 지도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일대를 현지 지도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노동신문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