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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혹은 환장의 커플' 법사위 톰과제리 김종민·조수진


입력 2020.10.01 04:00 수정 2020.10.01 05:5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21대 국회 법사위 티격태격 앙숙관계 형성

주로 조수진의 김종민 저격으로 시작

날 선 공방전 속 입꼬리 올라가며 웃음도

기자와 취재원으로 오랜 인연

국회 법사위 앙숙관계를 형성한 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DB 국회 법사위 앙숙관계를 형성한 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DB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쟁터다. 사실상 상원으로 작용하며 권한이 큰 데다가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공수처) 출범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특히 피감대상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특혜휴가 문제가 터지면서 법사위는 21대 국회 출범 후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가장 눈에 띠는 대립구도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장관 호위무사를 자처한 김 의원을 조 의원이 사사건건 저격하면서 주로 시작된다.


한 번은 조 의원이 "법사위원으로서 결격"이라며 김 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현재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향해 "도와줄게 없느냐"고 한 것은 법원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사위원이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사실 상임위에서 상대당 위원의 자격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관례상 금기 중 하나여서 격렬한 싸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 "저 보고 법사위원 그만 두라고요?"라고 반문한 뒤 "현장에 없었죠? 조수진 의원의 발언은 완전히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크게 악의는 없었고 한 차례 공방으로만 끝냈다. 오히려 양 당사자의 양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가는 등 웃음을 참는 듯한 느낌까지 줬다.


또 다른 날에는 조 의원이 "질의를 적어 놓고 보면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많다"고 공격하자, 김 의원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김 의원이 "저에 대해 자꾸 공격성 발언을 하는데 논쟁하는 건 좋지만 상대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상임위 질의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다"며 "나중에 따로 논쟁을 하자"고 답하자 이번에는 조 의원이 웃음을 터뜨린다.


상임위에서 날 선 공방을 벌이지만 두 사람은 예전부터 꽤나 친했다고 한다. 기자 선후배이며 김 의원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도 인연을 맺었다. 정치금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공방은 서로 간 쌓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법사위를 나서는 김 의원을 조 의원이 따라가며 "선배 이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따져 묻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조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종민은 뭘 해도 미워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 김종민만의 큰 장점"이라며 "제가 비판하는 것도 (김 의원의 성정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조 의원의 공세가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실제 조 의원이 김 의원의 수석최고위원 당선을 축하하며 "내가 당선에 기여한 바도 크니 밥을 사라"고 하자 흔쾌히 "날짜를 잡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법사위에서도 김 의원은 "김도읍 의원과 조수진 의원 덕에 내가 1등을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었다. 김도읍 의원의 탈모 소식을 듣고는 김 의원이 직접 좋은 약을 구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조 의원에 의해 알려졌다.


물론 서로를 향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김 의원은 '조 의원에게 하고 싶은 당부'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하는 건 보기 좋은데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며 "정치공방 보다는 정책 위주로 힘을 쏟는 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거다. 상대방을 공격해 어떻게 하면 흠집을 낼까 고민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논쟁을 하자"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재선에 수석최고위원인데 저랑 같이 (엮이는 게) 격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모든 사안을 정쟁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고, 민주당도 야당을 오래했고 김 의원도 야당시절 법사위원을 하지 않았나. 역지사지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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