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법사위 티격태격 앙숙관계 형성
주로 조수진의 김종민 저격으로 시작
날 선 공방전 속 입꼬리 올라가며 웃음도
기자와 취재원으로 오랜 인연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쟁터다. 사실상 상원으로 작용하며 권한이 큰 데다가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공수처) 출범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특히 피감대상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특혜휴가 문제가 터지면서 법사위는 21대 국회 출범 후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가장 눈에 띠는 대립구도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장관 호위무사를 자처한 김 의원을 조 의원이 사사건건 저격하면서 주로 시작된다.
한 번은 조 의원이 "법사위원으로서 결격"이라며 김 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현재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향해 "도와줄게 없느냐"고 한 것은 법원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사위원이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사실 상임위에서 상대당 위원의 자격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관례상 금기 중 하나여서 격렬한 싸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 "저 보고 법사위원 그만 두라고요?"라고 반문한 뒤 "현장에 없었죠? 조수진 의원의 발언은 완전히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크게 악의는 없었고 한 차례 공방으로만 끝냈다. 오히려 양 당사자의 양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가는 등 웃음을 참는 듯한 느낌까지 줬다.
또 다른 날에는 조 의원이 "질의를 적어 놓고 보면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많다"고 공격하자, 김 의원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김 의원이 "저에 대해 자꾸 공격성 발언을 하는데 논쟁하는 건 좋지만 상대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상임위 질의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다"며 "나중에 따로 논쟁을 하자"고 답하자 이번에는 조 의원이 웃음을 터뜨린다.
상임위에서 날 선 공방을 벌이지만 두 사람은 예전부터 꽤나 친했다고 한다. 기자 선후배이며 김 의원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도 인연을 맺었다. 정치금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공방은 서로 간 쌓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법사위를 나서는 김 의원을 조 의원이 따라가며 "선배 이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따져 묻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조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종민은 뭘 해도 미워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 김종민만의 큰 장점"이라며 "제가 비판하는 것도 (김 의원의 성정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조 의원의 공세가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실제 조 의원이 김 의원의 수석최고위원 당선을 축하하며 "내가 당선에 기여한 바도 크니 밥을 사라"고 하자 흔쾌히 "날짜를 잡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법사위에서도 김 의원은 "김도읍 의원과 조수진 의원 덕에 내가 1등을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었다. 김도읍 의원의 탈모 소식을 듣고는 김 의원이 직접 좋은 약을 구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조 의원에 의해 알려졌다.
물론 서로를 향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김 의원은 '조 의원에게 하고 싶은 당부'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하는 건 보기 좋은데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며 "정치공방 보다는 정책 위주로 힘을 쏟는 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거다. 상대방을 공격해 어떻게 하면 흠집을 낼까 고민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논쟁을 하자"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재선에 수석최고위원인데 저랑 같이 (엮이는 게) 격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모든 사안을 정쟁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고, 민주당도 야당을 오래했고 김 의원도 야당시절 법사위원을 하지 않았나. 역지사지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