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재인산성 쌓아 시민들 집회 원천 봉쇄
文정부, 무엇이 그리 두렵나"
與 "국민 생명·안전 위한 정당한 조치
재인산성, 국민 지킴이…명박산성, 위협"
경찰이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봉쇄한 것을 놓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안전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 경찰의 차벽을 '재인산성'이라고 칭하며 "코로나 계엄령으로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무너뜨렸다"고 맹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버스 300대 등으로 서울 광화문에 산성을 쌓아서 시민들의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며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들을 슬프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은 무엇이 그리 두렵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법원이 인정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까지 사실상 방해하고 금지하는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인산성, 이게 정상인가. 독재 시대 집회를 봉쇄하던 시절에나 볼만한 광경"이라고 평가했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무엇이 그렇게 겁이 났는지 광화문에 재인산성 쌓아 놓고 국민들의 분노를 5공 경찰로 막고"라며 개천절 봉쇄 관련 비판에 가세했다.
반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대다수도 전날 조치(버스 차벽 등)에 찬성하고 있다"며 "개천절 집회 금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안전을 위한 매우 정당한 조처였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께서 개천절 집회를 막은 것에 대해 시비를 건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평화로운 집회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차단하려던 명박산성과 군사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평범한 일상까지 제한했던 계엄령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두 가지 모두 국민의힘의 '조상' 격인 분들이 하셨던 일들인데, 주 원내대표는 그걸 잊었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3일 "불법 집회를 완벽에 가깝게 봉쇄한 경찰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정부를 옹호했다. 이 대표는 "한시름 덜었지만 일부 단체는 한글날(9일) 집회를 또 예고했다"며 "경찰은 한글날에도 불법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 차단하길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황희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명박산성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소고기 수입으로 국민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정권호위 차원에서 만들어진 산성"이라며 "재인산성은 보수진영 등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국민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가 국민보호 차원에서 만든 산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박산성은 국민생명 위협이고, 재인산성은 국민생명 지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한글날에도 10인 이상 모이는 집회를 모두 금지할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대책 회의에서 한글날 집회와 관련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