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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내세울 성과는?


입력 2020.10.09 09:00 수정 2020.10.10 11:1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평양종합병원 완공으로 방역성과 강조할 듯

수해복구 성과로 '80일 전투' 독려 가능성

열병식 통해 '전략 자산' 공개할 수도

지난 2015년 10월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70주년 열병식 장면(자료사진) ⓒ신화/뉴시스 지난 2015년 10월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70주년 열병식 장면(자료사진) ⓒ신화/뉴시스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다.


북한이 정주년(5·10년 주기로 꺾이는 해)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온 만큼, 당 창건일 주요 성과로 무엇을 내세울지 주목된다.


외관 공사 마친 평양종합병원
코로나19 병역 성과로 언급될 가능성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3월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을 직접 찾아 완공 시점을 당 창건일로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해'였다고 봐도 무방한 올해 상황을 감안하면, 방역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병원 완공을 어떤 식으로든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평양종합병원 외관공사가 마무리된 것 같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평양종합병원의 외관공사는 다 마무리됐다"며 "내부 설비 설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역시 지난달 13일 보도에서 병원 건설과 관련해 "현재 외벽 타일 붙이기는 마감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병원 완공을 선언한다 해도 실제 운영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수입이 불가피한 일부 의료장비의 경우 대북제재 저촉 우려가 있고,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국경폐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의료물자 유입이 여의치 않았을 거란 평가다.


38노스는 "병원 내부 공사 진행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며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병원 내부사진이 얼마 없다는 점 △제재·국경봉쇄 여파로 마감재·의료기구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부 공사가) 완성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을 통해 지원받은 의료물자를 바탕으로 일부 시설을 갖춘 뒤 병원 완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을 조명하며 “현재 외벽 타일 붙이기 공사는 마감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을 조명하며 “현재 외벽 타일 붙이기 공사는 마감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수해 1차 복구, 당 창건일까지"
'80일 전투' 독려 위해 복구 성과 강조할 듯


지난 8월 잇단 태풍으로 인한 수해와 관련해 복구 성과를 공개적으로 선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이후 수해복구 현장을 연일 소개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8일 개최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당 창건일을 '1차 수해복구' 시점으로, 연말까지를 '최종 복구 시점'으로 못박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후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금천군 강북리를 직접 찾아 복구 사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강북리 현지 지도 당시엔 살림집(주택)과 공공건물을 완벽히 복구한 모습에 흐뭇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 6월부터 복구공사가 진행된 정황이 포착돼 '조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수해복구가 현재 몇 퍼센트 이뤄졌는지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수해와 태풍피해 복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 복구를 끝낸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 복구를 끝낸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한복을 갖춰 입은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협동조합 인민반 주민들이 '새집들이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한복을 갖춰 입은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협동조합 인민반 주민들이 '새집들이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국방장관 "무력시위 할 것으로 판단"
실제 도발 대신 열병식 통한 '전략자산' 공개 전망


정부는 북한이 당 창건일을 기념한 대규모 열병식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년 사례와 비교해볼 때 열병식 포함해서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무기들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북한이) 경제적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정주년을 맞은 당 창건일마다 열병식을 통해 전략무기를 공개해왔다. 65주년 열병식(2010년)에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공개했고, 70주년 열병식(2015년) 당시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과 신형 30mm 방사포를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탄두 ICBM 등 신무기를 직접 공개하거나 신무기 개발을 암시하는 전략자산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과가 불투명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 노선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북한이 실질적 군사 도발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정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직접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테스트하거나 핵 실험을 하는 등 (미국이) 물리적으로 그어놓은 '레드라인'을 넘지만 않는다면 SLBM이나 개선된 형태의 ICBM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이었던 지난 2017년 7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미사일(자료사진). ⓒ노동신문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이었던 지난 2017년 7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미사일(자료사진). ⓒ노동신문

조셉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위성분석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이동형 미사일 발사차량(TEL)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에 보유한 것보다 길고 큰 발사관을 지닌 TEL을 선보일 경우, 해당 차량에 실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ICBM 보유를 암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이란 미사일 등의 발사 위치를 신속하게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장비로, 해당 장비를 활용할 경우 발사 징후 포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앞서 38노스는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ICBM TEL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포착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새로운 전략 자산을 공개하며 '무슨 무기'라고 명시한 적이 없다"며 "사후 해석될 수 있는 전략 자산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북한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핵배낭 부대(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2015년 북한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핵배낭 부대(자료사진) ⓒ연합뉴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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