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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뇌관 '라임·옵티머스'②] 예견된 사고…서로 닮은 두 펀드


입력 2020.10.15 00:30 수정 2020.10.15 00:1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장에게 농어촌공사 복지기금의 사모펀드 옵티머스 투자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이 의원의 질의자료에 여당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씌여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장에게 농어촌공사 복지기금의 사모펀드 옵티머스 투자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이 의원의 질의자료에 여당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씌여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란 조 단위의 금융 피해를 야기한 사모펀드 사기 사건으로, 청와대와 집권여당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핵심 관계자들이 검거되는 과정에서 55억 원이 5만 원권 현금 다발로 발견되는가 하면, 수백억 원의 자금이 횡령된 정황이 포착되는 등 '검은 돈'이 조성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다면 대규모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라임 사태' 조단위 피해에 靑·與 관계자 연루
현금 55억 원 캐리어로 옮기다 허리 다칠 정도
靑 전 행정관과 민주당 이상호 위원장 구속돼
강기정·기동민·김영춘 등은 의혹 전면적 부인


'라임 사태' 주요 인물 관계도. ⓒ연합뉴스 '라임 사태' 주요 인물 관계도. ⓒ연합뉴스

'라임 사태'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부실 운용되다가 지난해 10월 환매중단이 되면서 1조 원 이상의 피해가 난 사건이다. 청와대 및 집권여당 관계자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사태의 중심 인물인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검거되는 과정에서 현금 55억 원이 발견돼 압수됐다. 이들은 55억 원을 5만 원권 지폐로 해외여행용 대형 캐리어 세 개에 나눠담아 보관했다.


김봉현 전 회장이 "돈을 채운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진술했을 정도다. 이러한 거액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 사태가 펀드 운용 미숙이나 단순 사기 사건이 아니라, 정·관계 로비를 위한 '검은 돈'이 준비된 '권력형 게이트'라는 정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 사태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와 집권여당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에서는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김모 씨가 구속기소됐다. 김봉현 전 회장과 동향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4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금융감독원 등의 내부 정보를 흘려준 혐의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던 공판 도중에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전 수석은 "완전한 사기·날조"라며 김 전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4·15 총선 당시 부산 사하을에서 출마했던 이상호 지역위원장이 구속됐다.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에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이상호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무소를 마련할 돈이 필요하다"며, 김봉현 전 회장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남부지검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고급 양복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 의원은 양복을 '대가성 없이' 선물받은 사실만 인정했을 뿐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3선 의원 출신인 김영춘 국회사무총장도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영춘 총장은 지난 13일 "라임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도 "검찰에서 라임 사건으로 소명 요청을 해 가능한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도 정계 '로비 자금' 조성 의혹
자산운용사 대표, 수백억 원 횡령 정황 포착돼
이낙연, 복합기 대여사용료 대납 의혹에 직면
이재명, 자문단 고문과 회동 사실 '메모' 거명


'옵티머스 사태' 주요 인물 관계도. ⓒ연합뉴스 '옵티머스 사태' 주요 인물 관계도. ⓒ연합뉴스

'옵티머스 사태'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겠다며 1조2000억 원대의 시중자금을 끌어모은 뒤, 부실운용을 하다가 올해 6월 환매중단된 사태다. 라임 사태에 뒤이은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김재현 대표는 펀드를 부실 운용하는 한편 자신의 증권 계좌를 통해 수백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돈이 정·관계에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임 사태'와 빼다닮은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김재현 대표는 자신이 작성한 '대책 문건'에서 라임 사태 이후 옵티머스 사태가 이슈화되면 '권력형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스스로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 한 달 뒤인 6월 옵티머스의 펀드들은 환매중단 사태를 맞았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압수수색에 착수했으며 '대책 문건' 등도 이 때 검찰에 의해 확보됐다. 다음달인 7월에는 김재현 대표와 이동열 대표이사, 윤석호 변호사 등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이 사태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됐다.


윤석호 변호사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이모 변호사의 남편이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이미 옵티머스자산운용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집권여당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복합기 대여사용료 대납 의혹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옵티머스자산운용 자문단이자 전 검찰총장인 채동욱 고문과의 회동 의혹으로 이 사태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올해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선거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종로구 지역 선거사무소에 설치된 캐논 복합기의 대여사용료가 옵티머스 관계자에 의해 대납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재현 대표가 소유한 '트러스트올'이 복합기 대여사용료를 지난 2월부터 환매중단 사태 직전인 5월까지 지불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대표 측은 "복합기를 빌려준 당사자가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며 "이 대표는 옵티머스와의 연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앞서 김재현 대표가 지난 5월에 작성했다는 '대책 문건'에 거명이 됐다. 김 대표가 문건에서 옵티머스의 자금이 유입된 경기도 광주시의 특정 물류단지 사업을 설명하며 "채동욱 고문이 2020년 5월 8일 경기도지사와 면담"이라는 메모를 한 것이다.


이 지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해당 날짜에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한 모든 내용은 부인하고 있다.


이 지사는 "메모에 등장하는 변호사와 지난 5월 여러 지인이 함께 만나 장시간 경기도와 우리 사회의 경제·정치·사회·사법 등 여러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물류단지를 포함한 특정 사업에 대해서는 질의나 청탁을 들은 일이 없고 나 역시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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