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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유아인 "'소리도 없이' 말로 휘발되는 영화가 아니길"


입력 2020.10.17 09:41 수정 2020.10.17 13:5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United Artists Agency ⓒUnited Artists Agency

유아인은 정제되지 않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저 의미 없이 멋지게 그려지기보다는, 솔직하고 다양한 모습을 한 배우로 곁에 남고 싶어한다. 여기에 기반해 한껍질 벗겨낸 솔직한 연기로 또래 배우보다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었다.


'소리도 없이'는 그런 맥락에서 유아인이 탐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홍의정 감독이 그린 신선한 범죄극이란 장르와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한 마디 없이 영화를 끌어가는 태인의 캐릭터는 그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일상적인 영화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질적인 것들로 가득한 '소리도 없이'는 홍의정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유아인도 '소리도 없이'를 본 후, 더 없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이 작품 자체가 화두를 던진다고 생각해요. 홍 감독님이 동시대적인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그려냈어요. 첫 작품이라 많은 압력이 있어서 제대로 지켜내기 힘드셨을텐데, 잘 해내셨단 생각이 드네요."


유아인은 홍의정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그려냈다. 첫 작품에서 전형적인 영화의 전개와 연출을 탈피한 시도를 높이 샀다. 영화를 본 후에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전적으로 홍의정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 하나로 선택했어요. 영화는 소리와 빛이 전부인데, 소리란 개념을 데뷔작으로 건드는 패기가 강하게 느껴져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아주 사려깊지만 유머러스한, 그러면서 어느것 하나도 빼먹지 않고 다 이야기하시는 걸 느꼈어요."


'소리도 없이'는 청부 살인, 납치, 아동 인신매매 등을 다루고 있지만, 배경, 색감, 음악 등은 밝은 톤을 유지한다. 유아인은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잔혹한 범죄극이 동화스럽게까지 보이기도 한다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야기 자체결이 흥미롭긴 했지만 너무 진지하게 그려지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데 무거운 이야기와 자극적인 소재들에 묘한 대비를 주는 스타일로 전체적인 톤을 잡아가셨더라고요.."


"얼굴, 표정 외에도 신체적으로도 존재감 있게 그려지길 바랐어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절제하고,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인물이고 싶었습니다. 태인이 말로 설명하고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여백을 관객들이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도 보여주고 싶은 걸 걷어내는 새로운 과정을 밟은 것 같아요."


유아인은 태인이란 캐릭터를 '모호함'에 기준해 만들어냈다. 태인은 대사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등 표현이 절제된 캐릭터지만, 오히려 유아인은 연기를 하며 자유를 느꼈다. 영화는 화두를 던지지만, 태인이란 캐릭터는 그 안에서 메시지를 던지기보단 어떤 결말이 날 지 모르는 게임같이 관객들이 즐기길 바랐다.


"영화의 명확한 메시지, 혹은 따라붙는 마침표 같은 강박을 떨쳐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태인을 연기했어요. 너무 많은 텍스트, 쉬운 노출들 안에서 선 긋고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한 캐릭터가 장 시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져갈 수 있는 허용치에서 자유롭고 싶어요.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어요. 다음이 궁금한 배우이면 좋겠어요"


유아인은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얼굴보다는 자신의 살 찌운 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농담 속 진담을 건넸다. 대본에는 태인의 신체 상태가 나와있지 않았지만 자신이 머릿 속에서 만들어낸 태인은 조금 더 육중한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태인을 연기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많이 찌웠다가 다음 작품 하면서 70kg를 유지했어요. 지금은 60kg대까지 살이 빠졌어요. 영화에서 감정표현을 하는게 많이 없으니까 존재 그대로 임팩트를 주고 싶은 마음에 살을 찌우기로 설정했어요. 조금 욕심을 낸 것 같아요. 연구를 통한 설정보다는 인물에 대한 형태 자체를 바꾸면서, 그 상태가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연기했어요."


ⓒUnited Artists Agency ⓒUnited Artists Agency

어느새 서른 다섯살이 된 유아인은, 많은 도전 끝에 다다른 30대 이후 배우로서의 삶은, 사람과 실험을 통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되며 점점 희망적인 것들을 발견하고 있었다. 이같은 것들을 얻기까지 지나온 20대의 삶은 조금 불안했고, 거칠었고, 그렇지만 부끄러움은 없었다.


"예전에는 청개구리처럼 사람들의 요구를 일부러 피해갔어요. 매 순간의 끌림을 따라가는 형태로 순간을 살았죠. '사도'를 찍을 때는 제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어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찍을 땐 제가 가장 불안했던 시기고요. 작품의 인물로 다가가는 순간, 겪고 있는 상황과 실제 정서들이 비슷해지는 독특한 체험을 해요. 시간이 지날 수록 철들길 거부하던 순간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인간적이었고요."


유아인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배우다. 배우로서 조심스러울 수 있는 주제, 말하기 불편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피력한다. 이에 반대의 생각을 가진 대중에게 많은 지적을 듣기도 했다. 유아인은 자신의 생각을 오해하는 대중에게 이제는 서운할 시기는 지났다며 앞으로도 이런 목소리를 계속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 해석하는 만큼이 저라는 사람이겠죠. 저조차도 그런 것들을 통해 판단되거나, 또 다른 누굴 판단하는 일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배움을 가져갈 수 있었어요. 그것들이 저에게 만들어준 삶의 형태가 있는 것 같아요. 마침표 찍어야 하는 순간이 존재하지만 말을 해야 하고 스스로 의심하며 뱉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런 태도를 계속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하는 말의 무게와 파급력을 고민하는 시절이 있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유난스럽지 않길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큰 목소리, 다수가 우세한 건 민주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저마다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해요. 그 의견으로 만들어지는 질서나 윤리가 보다 더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래야 발언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걸 개인이 느낄 수 있고요."


그는 배우 활동 외 아티스트 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미술, 사진, 퍼포먼스 등 전 분야에서 활발한 문화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안에서 한정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욕심을 가진 세대의 배우기 때문에 내가 나로서, 한 사름으로서 내가 그려낼 수 있는 인간의 유형을 총체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 안에서 진정성 보다는 자유를 향한 갈망, 허용치를 만들고 싶어요. 자유는 다른 부분에서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가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냐는 마지막 질문에 '소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간결하게 답했다.


"말로서 휘발되는 영화가 아닌, 삶 속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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