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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 재편①] 잇따르는 M&A...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각변동


입력 2020.11.02 07:00 수정 2020.10.28 13:0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올 하반기 SK하이닉스·엔비디아·ADI 빅딜 80조 육박

AI·IoT·5G·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반도체 수요 급증

시장 주도권 위한 치열한 경쟁 전략 일환으로 활발

지난해 10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행사장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 등과 연결하는 반도체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뉴시스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이어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사업 인수 등 잇따른 빅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4차산업 혁명시대 도래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과 치열한 전장에서 국내업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각 변동이 거세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 연이어 빅딜이 이뤄지면서 산업 생태계 재편 속도에 가속이 붙는 양상이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들어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사업 인수와 엔비디아의 ARM 인수 등 빅딜이 이어지면서 요동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90억달러(약 10조3104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텔의 메모리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대상은 중국 다롄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포함한 인텔의 낸드 제조 부문 전체와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사업, 관련 특허를 모두 포함한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부동의 2위인 SK하이닉스는 같은 메모리반도체 임에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낸드플래시 강화를 목표로 이번 빅딜을 단행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위권 업체인 양사의 N&A가 최종 승인을 받아 이뤄지게 되면 SK하이닉스는 D램에 이어 낸드 시장에서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 45조-22조-10조, 잇따르는 반도체 업계 빅딜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400억달러(약 45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성사되면 세계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가 된다.


이 M&A는 인수 규모 뿐만 아니라 고사양 게임용 그패릭카드와 GPU 코어에 집중해 온 엔비디아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경쟁력을 갖고 있는 ARM과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상호 시너지 효과 창출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뉴시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아날로그 디바이시스(ADI)가 경쟁사인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를 200억달러(약 22조7800억원) 이상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 인텔의 경쟁사인 중앙처리장치(CPU)업체 AMD도 300억달러 수준으로 무선통신 네트워크 등에 쓰이는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 1위 업체 자일링스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 다양한 IT 기술의 발전으로 급성장하는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략적 대응 차원에서 M&A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는 성장을 위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지 오래다.


또 기술의 발전 속도가 지속적으로 빨리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기업들의 M&A를 통해 기술 확보에 발벗고 나서게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인수 무산에도 재편 위한 시도 지속 전망...적극 대응 필요


물론 이러한 M&A 시도가 모두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브로드컴이 기술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던 1170억달러에 퀄컴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 3월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됐다.


이에 앞서 퀄컴은 지난 2016년 440억달러에 자동차 반도체 업계 강자인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정부가 승인을 거부하자 결국 2018년 7월 인수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 건물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자료사진)ⓒ뉴시스

둘다 반도체라는 첨단 기술에 대한 각국의 보호주의 심리가 발동한 결과물이었다. 전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이 자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미국 정부의 보호심리가, 후자는 미국 정부의 관세폭탄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미·중 무역분쟁의 희생양이 됐다.


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의 도쿄일렉트론(2013년 발표-2015년 무산), 램리서치의 KLA-텐코(2015년 발표-2016년 무산)의 M&A처럼 세계 각국의 반독점 우려가 반영되면서 불발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당장 모바일 CPU 기술과 고성능 GPU 기술의 결합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도 각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양사의 기술을 결합하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CPU와 GPU를 최적화해 개발하면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경계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국가별로 보면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고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이번 인수를 탐탁치 않게 여길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날로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M&A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올해 연이은 초대형 빅딜이 이미 입증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성사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시도가 지속되는 반도체 산업·시장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수가 승인되면 업계에 매머드급 강자가 출현하는 만큼 경쟁이 더욱 힘겨워지는 것이고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되더라도 향후 이런 시도들을 대비해 관련 업체들이 기술력과 생산력 등 경쟁력을 향상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AI·IoT·5G·자율주행 등의 가속화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들은 지속될 것”이라며 “적기 투자 기회를 놓치면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는 반도체 산업 환경을 감안하면 시장 환경 변화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96단 4D 낸드 기반 1Tb QLC 제품.(자료사진)ⓒSK하이닉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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