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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감사분석③] 부당한 탈원전 사례 더 있다…신한울3·4호기로 옮겨붙는 불


입력 2020.10.28 07:00 수정 2020.10.27 17:4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감사 결과, 탈원전 정당화한 것 아냐"

신한울 3·4호기로 논란의 불 옮겨붙어

"협의한 적 없다" 한수원 패싱 논란도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호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감사 결과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된 것은 맞지만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 없다고 공표했다. 탈원전 진영은 이 점을 들어 감사 결과가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1호기 폐쇄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영향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감사원 입장은 감사기관으로서 역할 범위에 대한 원칙적 소신을 표명한 것일뿐, 실질적으로 감사 결과로 인한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성1호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퇴출되거나 보류된 원전들을 비롯해 앞으로 폐쇄 과정을 밟게 될 원전에도 감시기관과 국민의 눈초리가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탈원전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대목이다.


월성 감사 탈원전과 무관하다 주장한 與
"탈원전 정당성 부여한 것 아냐" 목소리 대두
실상은 부당하게 추진된 탈원전에 시선 쏠려


월성1호기 감사로 사회적 파장이 일자 여당과 탈원전 진영은 "감사 결과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미치는 여파는 없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정부 감싸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들은 "감사 결과는 단지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된 점을 확인했을 뿐이다. 원전 폐쇄의 적절성,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는 없다"면서 과도한 해석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도한 해석'은 탈원전 진영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언급한 건 감사 범위에 대한 원칙적 소신을 나타낸 것일 뿐, 경제성 평가와 탈원전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해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성 평가가 부적절했고 처리 과정에 불법 요소가 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공표하면서 이에 대한 판단과 처벌의 몫은 국민과 정부에게 맡겨놓은 것이 감사원의 처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월성1호기 감사 결과 수면 위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의 훼손이었다. 원전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상위 법령 개정을 위해 국회 표결에 부치거나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공론화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월성1호기 폐쇄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의지에 부합할 명분을 찾아 급하게 추진되다 부작용을 냈다.


월성1호기와 같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탈원전 사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을 보류하고, 영덕의 천지 1·2호기와 삼척의 대진 1·2호기는 건설을 취소하는 등 신규 원전 6기를 통째로 중단시켰다. 모두 전력계획에 포함된 원전이었다.


가동 중인 원전들도 절차적 정당성 없이 폐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24기다. 정부는 이중 2023년 폐쇄 예정인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설계수명이 2023~2029년인 10기 원전을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감사로 정책당국이 원전을 폐쇄하는 절차에 감사기관과 국민의 감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탈원전이 사실상 암초를 만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신한울 3·4호기로 옮겨붙는 논란의 불
발전사업허가까지 받고 돌연 건설중단
"월성1처럼 원인무효 행위 될 수 있어"


한국수력원자력노조와 두산중공업 노조, 한국전력기술 노조 등이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와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해결, 에너지정책 공론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노조와 두산중공업 노조, 한국전력기술 노조 등이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와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해결, 에너지정책 공론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월성1호기 감사 결과로 점화된 논란의 불은 곧 신한울 원전 3·4호기로 옮겨붙고 있다. 건설 중단 과정이 월성1호기와 같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추진됐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는 각각 2022년, 2023년 준공 예정이던 한국형 신형 원전이다. 종합설계용역이 끝나고 지난해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등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으나 2017년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한수원 이사회는 천지·대진 등 다른 신규 원전 4기는 건설을 취소했지만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을 중단한 채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이 신한울3·4호기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매몰비용이다.


다른 신규 원전과 달리 신한울 3·4호기는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설계비, 각종 관리비, 용역비 등이 1500억 원 이상 투입됐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이미 제작을 완료한 주기기 납품비용, 울진군에 지급한 건설지역지원금 1400억원 등을 합치면 매몰비용은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경북지역 일대에는 월성1호기 백지화에 따른 보상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신한울3·4호기 및 천지 1·2호기 건설 백지화에 따라 연인원 1240만명의 고용피해, 기회비용 약 2조600억원, 지방세수 등 5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근 경북도에 대한 국감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 의원은 "월성1호기 폐쇄와 탈원전에 따른 경북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손실에 대한 보상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신한울 원전 폐쇄 결정을 미루며 어정쩡한 상태로 내버려둔 이유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 결정도 월성1호기 조기 폐쇄처럼 원인무효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한수원, 신한울3·4 중단 책임 공방
"산업부와 협의한 적 없다" 한수원 패싱 논란
9차 전력수급계획 편입이 가장 원만한 해결책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 책임을 놓고 산업부와 한수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점은 이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하다는 단적인 증거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최근 산자위 국감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사업자인 한수원 등 사업자의 의향을 토대로 전문가 논의를 거쳐 공급설비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수원 측 입장은 전혀 다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결정과 관련해 정부나 전문가와 협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산업부가 발전사업허가까지 받은 신한울 3·4호기를 백지화하면서 사업시행자인 한수원 측의 의견은 듣지 않고 건설 중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결정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윤영석 의원은 "정부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자체가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었는지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퇴양난에 몰린 산업부와 한수원이 과오를 인정하고 올 연말 수립 예정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3·4호기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현재 경주 원전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지역피해가 워낙 막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원자력이 기저 전력으로서 경제성이 높고, 온실 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법 행위는 언젠가 드러남을 보여준 이번 감사를 바탕으로 한수원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의향을 표명하고 산업부는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 전환에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즉각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울 3·4호기는 기후변화 대처와 원자력 기술력 회복의 효과적 수단이 되며 원전 수출에 징검다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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