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충격에 비용 전면 재조정…기업들 긴축 모드 전환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3.18 10:20  수정 2026.03.18 11:39

고환율·고유가 '글로벌 복합 위기'에 '톱다운 긴축'

삼성전자, DX 부문 중심 해외출장 가이드라인 강화

SK 등서 이사 보수 한도 축소·동결 움직임 확산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된 가운데, 고환율·고유가라는 글로벌 복합 위기가 국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공급망 붕괴와 물류비 폭등이라는 생존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기존의 경영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임원 혜택 축소와 보수 삭감을 골자로 한 전례 없는 '긴축 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긴축 모드는 하향식이 아닌, 상층부부터 고통을 분담하는 '톱다운(Top-down) 긴축'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중심으로 전 임원의 해외출장 가이드라인을 강화한다. 핵심은 '비용 효율화'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이라도 비행시간이 10시간 미만인 노선에 대해서는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과거 부장급 이하에만 적용되던 기준을 임원진까지 확대한 것은 현재의 경영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압박이 거세지면서,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전반으로는 이사 보수 한도를 축소하거나 동결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소수 주주들의 힘이 세진 배경에 중동발 충격 등이 더해진 결과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SK는 지난해 18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를 올해 160억원으로 20억원 하향 조정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80억원에서 올해 70억원으로 10억원을 줄였다. 지주사인 ㈜LG 역시 170억원 수준에서 보수 한도를 동결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사 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한도를 70억원에서 50억원으로 과감히 낮췄다.


기업들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동 분쟁이 단순한 단기 악재를 넘어 구조적인 '고비용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제조 공정 전반의 생산 원가가 상승한다. 여기에 전쟁 여파로 해상 물류 경로가 막히거나 우회하게 되면 물류비 부담까지 가중된다.


문제는 이러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간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마진 축소'를 감내하며 내부 비용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했던 기업들은 한 단계 더 높은 압박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비상경영 선포 이후 전사적인 원가절감을 지속하는 등 비용절감에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도 업황 부진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고강도 비상경영을 진행 중이다.


업황 부진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의 긴장감은 더 팽팽하다. 롯데케미칼은 출장과 행사 관련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불필요한 현금 유출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자산에 대한 유동화 작업에 속도를 내며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한 체력 비축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고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고착화되면서 제조 원가가 마진을 잡아먹는 '역마진'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며 "현재 기업들의 조치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의 강제적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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