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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판매사 CEO 징계’ 금감원 vs 증권사 갈등 격화모드


입력 2020.10.30 14:16 수정 2020.10.30 16:36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제재심 결론 못 내고 내달 추가 논의...소송전 비화 움직임도

CEO 30명 탄원서 제출 ...DLF 소송서 ‘금감원 자격론’ 재조명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증권사 CEO들을 중징계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금감원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증권사 CEO들을 중징계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지난 29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태에 관해 판매사를 대상으로 첫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판매 증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무 정지’의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만큼, 2차 제재심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 내 긴장감이 고조됐다.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송전 비화 가능성과 금감원의 책임·자격론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 판매 증권사에 대한 금감원 제24차 제재심은 전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개최됐다. 제재심은 순서대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에 대한 검사결과 조치안을 심의하며 밤 10시쯤까지 이어졌다. 심의 순서상 마지막이었던 KB증권에 대한 조치안은 이뤄지지 못했다. 금감원은 다음달 5일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이번 제재심에선 증권사와 금감원 측이 재재심의위원들 앞에서 각자 주장과 근거를 이야기하는 대심제 방식이 적용됐다. 이날 라임 사태 기간 동안 재직한 김병철·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제재심에 출석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회사에 대한 기관 중징계를 소명하기 위해 제재심에 참여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도 윤경은 전 대표와 함께 직접 제재심에 참석했으나 시간 관계상 불발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앞서 금감원은 김형진·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KB증권 전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 5명에게 직무 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중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제재심에 불참했다.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5년 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이들 CEO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또 각종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 금지 위반 등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해당 법 조항을 근거로 CEO까지 징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부통제의 CEO 책임과 관련해 국회에서 아직 법이 개정되지 않아 근거가 약하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의 반발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CEO 30명은 최근 선처 탄원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라임사태의 책임을 묻는 증권가 경영진 징계가 과도하며 자본시장의 위기감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증권은 국회에도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무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라임사태의 책임이 금감원에도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전달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유일한 현직 CEO다. 박 대표는 올해 말 임기 만료로, 제재가 확정되면 연임을 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KB증권은 전·현직 대표 뿐만 아니라 임직원 10여명이 제재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제재가 확정될 경우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유출된 문건은 KB증권이 제공하거나 활용된 바 없는 내부 문건이고, 불미스럽게 외부로 유출된 동 문건이 어떻게 국회에 전달됐는지는 현재 알 수가 없어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DLF 사태에도 내부 통제 부실을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DLF 사태 당시 하나은행장)을 중징계 했다. 이들은 문책 경고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현재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은 은행 CEO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은 금융위원회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며 “금감원이 이러한 엄중 조치를 행사할 만한 권한과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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