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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성장①] 통계 속에 가려진 착시현상...한국경제 괜찮은가


입력 2020.11.03 07:00 수정 2020.11.02 14:59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한은 “깜짝 성장 착시현상” 경고에도 정부 “회복궤도 진입했다” 설익은 진단

유럽코로나 재확산·미 대선 이후 달러 불안정 등 변수는 뒷전


IMF 10월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뉴시스

정부가 3분기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이 1.9%로 깜짝 반등하면서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아직 세계경제 곳곳에서 파열음을 보이는 상황에도 ‘나홀로 약진’이라는 환상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계경제 흐름과 향후 상존하는 변수들을 파악하지 못한 채 통계 수치에만 매몰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3분기 반등 후 심각한 더블딥(경기 일시회복 후 재침체)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만 경제 회복?…정부의 이상한 논리


한국경제가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배경에는 통계 수치의 ‘착시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정부는 지나치게 ‘수치’에 집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1.9%로 집계됐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상당폭 반등,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궤도에 진입했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도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오히려 정부의 조심성 없는 태도에 부정적 시각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당장 한은만해도 정부의 회복 기대감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달 27일 “3분기 성장률이 반등했지만 GDP 레벨(수준)이 코로나19 이전 작년 4분기 추세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한 만큼 ‘V자 반등’이라고 말하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3분기 1.9% 반등으로 연간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1.3%)를 상회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최근 4분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추세라 이런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아직 연간 성장률은 전망치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세계경제 흐름을 단순히 ‘통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른 바 통계의 ‘착시현상’에 정부가 무리하게 긍정적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이 유일하게 경제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인 경제성장률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앞서 나가는 것도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주요국가 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미국 -4.3% ▲독일 -6.0% ▲프랑스 -9.8% ▲이탈리아 -10.6% ▲스페인 -12.8% ▲일본 -5.3% ▲영국 -9.8% 등이다. 한국은 -1.9%로 예상했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한국이 가장 좋은 흐름이다. -1,9% 정도면 코로나 펜데믹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선방한 수치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 3년 경제성장률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IMF 전망치로 따지면 한국은 지난해 2.0%에서 무려 3.9%p나 떨어진 수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3.2%와 비교하면 5.1%가 하락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2017년부터 비슷한 성장률을 보였다. 2018년 2.93%를 제외하고 오차 범위가 크지 않다. 일본 역시 2017년 2.17% 이후 2018년 0.32%, 2019년 0.65%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은 1.82%~1.24% 수준이다.


이 데이터에서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2018년 이후 큰 폭의 하락세는 겪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코로나 펜데믹 이전까지 경제가 하향 안정화 됐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은 3년 새 1.2%p라는 성장률이 빠져나갔다. 아직까지 선진국과 비슷한 경제성장률에 진입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보면, 상당히 부진한 성적표인 셈이다. 더구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향후 변수도 따져야 하는 복잡한 셈법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금융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이후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시스

◆곳곳에 도사리는 암초들…정부는 보이지 않는가


경제전문가들은 지금의 세계경제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데 무게를 둔다. 여러가지 거품이 제거된 후 다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우선 그 첫 번째 징후가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전역에 봉쇄령을 내렸다. 독일도 2일부터 한 달간 여가 시설 등 부분 봉쇄에 돌입했다.


유럽 주식시장은 일제히 얼어붙었다. 주요 주가는 2~4% 급락하며 봉쇄령의 여파가 상당함을 시사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당장 수출이 걱정이다. 10월 수출에서 유럽이 전년동월보다 9.5% 늘어났지만 안심할 수 없다.


또 미국 대선이후 발생할 달러 거품이 사라지는 시점을 한국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달러 하락세는 최저 수준을 매달 갱신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35원대에서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는 추세다. 지난달 12일 이후 1150원선도 지키지 못하는 형국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 대선이 끝나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이후에도 미국의 양적완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대선 이후 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달러가 시장에 더 풀릴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국경제가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달러 약세를 극복할 수단이 없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현재 달러 약세에 배팅하는 흐름이다. 당분간 달러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이진우 경제평론가는 자신의 컬럼에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보다는 좋은 성적이었는데 수출이 빠르게 개선된 것이 주요인”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 유럽, 중국 3분기 소비가 매우 좋았던 것의 결과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4분기는 3분기보다 불안하다. 유럽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성장률은 해외 시장 상황에 의존적이라서 4분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조짐이 벌써 나타나는 중”이라고 경고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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