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사건 재심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진범"
이춘재, 경찰 재수사 시작 이후 "올 것이 왔구나 생각" 심경 전해
이춘재(56)가 2일 1980년대 경기 남부 화성 지역 등에서 일어난 14건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내가 진범"이라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춘재는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춘재는 8차 사건 뿐만아니라 14건의 사건 일체를 자신의 범행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 첫 사건 발생 34년 만에 공개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이춘재는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후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지난 해 경찰은 과학수사 기법 등을 동원해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수사에 돌입했고 일부 살인사건 피해자들 유류품에서 나온 DNA 등을 분석한 결과 1994년 1월 처제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이춘재를 찾아냈다.
이후 경찰은 프로파일러 기법을 동원해 이춘재가 총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 및 강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결론 짓고 지난 7월 재수사를 마무리 했다.
앞서 이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로도 만들어 지면서 진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당시에는 14건 모두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고 8차 사건만 윤성여(53)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당시 13세였던 박모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53)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지난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 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해 법원은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