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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최측근의 댓글조작…대선 정당성 흔들린다


입력 2020.11.07 01:00 수정 2020.11.07 06:30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법원, 김경수 댓글조작 '유죄' 인정…징역 2년

지난 대선·조작 시기 겹쳐…文 수행팀장 지내

법원 "민주사회 공정 여론 형성 져버린 책임"

대선 결과 정당성 여부에 의구심 제기 목소리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가 일명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지난 2017년 대선과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김 지사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 여부에까지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은 6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사실이 증명된 것을 근거로 댓글조작(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지사의 구체적인 혐의는 그가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드루킹'이라 불리는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7만6000여 개의 기사에 달린 댓글 118만8000여 개의 공감·비공감을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해 '댓글순 기사 랭킹' 산정 등에 영향을 끼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권에서 문제를 삼는 부분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조작 활동 기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대선이 열렸던 2016년 말~2017년 5월과 정확하게 시기가 겹친다는 점이다.


민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에 조작을 가한 만큼, 당시 대선이 과연 모든 후보에게 공정한 환경에서 치러졌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를 인정한 이날 항소심 재판부 또한 판결문에서 "민주사회에서는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며 "조직적 댓글 부대의 활동을 용인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文대통령, 앞선 국정원 댓글 사건 '강력 비판'
화살이 자신 겨냥…"정당성 의심받을 수밖에"
김근식 "김경수는 文 실세…당선 정당성 훼손"
김기현 "댓글조작, 文대통령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7년 5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국회로 출발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문재인 후보 수행팀장을 지냈던 김경수 경남지사.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이날 김 지사의 유죄 판결을 계기로 2017년 대선의 정당성 성립 문제를 놓고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와 관련된 '댓글' 문제에 있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도 과거 공수가 뒤바뀌었을 당시 집권여당을 향해 상당한 비판을 가한 전례가 있어,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 이명박정부에서 2009년부터 2012년 대선 때까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를 통해 포털 댓글 작성에 조직적으로 관여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박근헤정부 들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확인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저질러진 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여권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그렇게 보수 정부를 공격해대지 않았느냐"라며 "그런데 이번 드루킹 사건은 문제가 된 댓글의 수가 국정원 사건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히 문재인정권 출범의 정당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며, 그 선거의 꽃은 대선이다. 대선과 관련된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은 현 정권의 정당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보여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결국 이 재판의 결과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책임을 묻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라며 "문 대통령과 함께 출마한 후보들이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다. 선거 자체와 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유죄판결로 지난 대통령 선거의 정당성이 이미 상실됐다"며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친문 세력의 적장자임을 공인받는 김 지사가 댓글 조작에 관여한 것이 1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유죄로 인정된 이상,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불법댓글 조작에 대해 문 대통령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또한 "김 지사의 2심 유죄는 사필귀정을 넘어 문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치밀하게 진행된 드루킹 댓글이 문재인정권의 실세 김경수 지사의 묵인 하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당선의 정당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향한 당 차원 공세는 시기상조 지적
상고심 지켜볼듯…"대법, 법치 수호 보여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한국판 뉴딜 네 번째 현장방문 일환으로 경남 창원시 창원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내 태림산업을 방문, 스마트그린산단 보고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 ⓒ뉴시스

주요 인사들의 이같은 반발 기류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의 상고로 인해 대법원 판결이 남은 만큼, 지도부 차원에서 지난 대선을 겨냥한 공세를 펼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와 가장 측근에 있던 중요 인사가 대량으로 댓글을 자동 생산한 게 유죄로 판결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사과하고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이 남았기에 공식적인 당론 수준의 문제제기 여부는 시간을 두고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며 "사건의 실상을 명명백백하게 국민에 알리는 게 먼저이며, 대법원이 법치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경수 지사의 댓글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유린한 중대한 범죄이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에 오늘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대법원에서 좀 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로 법치주의 수호의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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