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끼인 한국…제2사드 사태 터질까 전전긍긍
중국 의존도 높은 면세점‧화장품 사태 예의주시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전망도 “코로나19, 규제 영향 더 클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에 국내 유통업계도 향후 전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에서도 중국 압박 무역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국내외 경제연구소의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사업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 화장품 등 일부 유통업종에서는 달라질 세계경제 흐름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경제연구소‧단체 “중국 압박 지속, 한국 동참 압박도 거세질 것”
지난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수입품 관세부과 방식보다는 WTO 또는 CPTPP 재가입을 통한 다자간 공조체제를 통해 대 중국 압박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의존의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에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8일 산업계와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바이든 당선이 통상, 유가, 환율, 산업, 대북정책 등 우리 경제 전 방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혁 대한상의 자문위원(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은 인권·전략적 포용 외교로 회귀하고, 동맹과 연대해 중국을 정치·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큰데, 대중무역 비중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역다변화의 필요성이 더 시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 높은 면세점‧화장품업계 예의주시…“제2사드 사태 땐 버티기 힘들어”
미국 정부의 중국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연대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일부 업종에서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2016년 사드 배치 사태로 부지를 내어준 롯데그룹을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통기업들은 된서리를 맞고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롯데의 경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20여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사드 사태를 계기로 롯데마트는 전면 철수했고 백화점도 1곳을 제외하고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제과, 음료 등 제조사들도 현지 공장을 매각하는 등 현지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마트 등 현지에 진출한 대형마트를 비롯해 화장품, 외식, 식품 등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사업을 정리했다.
현지 사업 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 관광객도 급감하면서 국내 면세점과 화장품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업계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침체된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트여준 중국 매출까지 얼어붙을 경우 버틸 재간이 없다는 반응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가운데 그나마 중국 보따리상 매출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 리스크가 커질 경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구매 제한을 완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면세산업 주도권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대외적으로 대응을 잘 해주길 바라는 것 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중국 압박은 계속돼 왔다며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 전체로 봤을 때는 수출 비중이나 중국 사업 비중보다 내수 시장 비중이 훨씬 크다”며 “미국 대선 결과보다는 코로나19 문제나 정부의 각종 규제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