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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곰표 맥주 절실”…편의점‐수제맥주업계, 잘 팔려도 고민


입력 2020.11.13 06:00 수정 2020.11.12 16:5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펍 매출 의존도 높은 수제맥주, 편의점 입점 절실하지만 생산 시설 열악

편의점업계, 품절사태로 문의 빗발…“새로운 맥주 만들 수 있는 환경 부족”

곰표 밀맥주 ⓒBGF리테일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시장 고도화를 위한 편의점과 수제맥주 업계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생산시설이나 이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 되지 못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수제맥주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펍, 주점 등 손님이 줄면서 판로 확대를 위해 편의점 입점이 절실한 형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국 편의점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시설이나 캔·병입 설비를 갖추지 못한 맥주 양조장이 대부분일 정도로 영세하고 열악한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품절사태로 발주가 중단되는 등 점주 문의 및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릴 수 없는 데다, 제2의 곰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업계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CU와 대한제분이 개발한 곰표 밀맥주는 지난 5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서면서 일주일 안팎으로 한 번씩 발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발주 수량 역시 한 번에 6캔으로 제한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TV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된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공급부족 현상이 더 심화되면서 편의점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점포별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U 관계자는 “통상 11월부터는 맥주 판매가 줄고 와인이나 소주 판매가 급증하는 시기인데 맥주 판매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출시 초기보다 6개월여 지난 최근 반응이 더 뜨겁다. 한창 맥주를 찾는 여름 성수기도 훌쩍 지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리고 싶어도 어렵다”며 “타 편의점에서도 곰표맥주와 같은 맥주를 생산하고 싶어하지만, 마땅한 생산처를 찾지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곰표 밀맥주를 고르고 있다.ⓒBGF리테일
수제맥주, 공급 능력 갖춘 곳 10%도 안돼…"내년엔 위탁생산 가능"


편의점은 이미 맥주 소매 유통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4캔 1만원’ 프로모션과 남다른 접근성으로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 수입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팔려나갔다. 소비자들은 맥주의 다양성에 눈을 뜨고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편의점 맥주의 판이 국산을 중심으로 달라졌다. 지난 2월 편의점에서 국산 수제맥주의 4캔 1만원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플레이어들과 함께 새로운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편의점 유통에 뛰어들었다. 편의점들도 수제맥주를 새로운 캐시카우로 보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제는 편의점을 통해 유통할 수 있는 국산 수제맥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데 있다. 현재 편의점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은 채 10개가 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 맥주 양조장 수가 150개를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미미한 수치다.


아직까지 전국 편의점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량이나 캔·병입 설비를 갖추지 못한 맥주 양조장이 대부분이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의 특성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매점 입점을 위해 최소 물량을 맞추려면 캔 혹은 병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최소 5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현재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진입이 쉽진 않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를 단행할 수 없는 데다, 제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편의점 등 대형 유통회사에 입점하기 위한 영업활동이나 판매를 위한 마케팅 활동 등을 할 인력이나 역량이 부족하다. 판매 수수료 등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부터 위탁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업계는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시설을 갖고 있지 않아도 편의점으로 유통할 수 있는 수제 맥주 종류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설비투자가 부담스러운 수제 맥주 제조사들은 증산을 위해 해외 생산이나 수입을 검토해야만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앞서 정부가 주류 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부 제조시설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생산 물량 확대나 캔맥주 형태로 제조·판매하고 싶었던 수제 맥주 제조사들은 캔입(음료를 캔에 넣는 기술) 시설투자 비용이 늘 부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 공장을 둔 다른 맥주 제조사에 레시피를 제공하고 OEM으로 물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롯데주류 등 대형 맥주 제조사들은 수제 업체들의 OEM 물량을 확보해, 공장가동률을 늘릴 수 있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수제맥주업체 95% 이상이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이 아닌 펍이나 음식점 등을 통한 매출에만 의지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지금처럼 펍으로 유인하지 않아도 수제맥주를 지속해서 소개하고 알릴 수 있다는 점과, 소형 업자들의 시장 진출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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