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 관광비행 상품 1년간 한시적 허용...면세혜택 동일
고사 위기 항공사들 위기 탈출 계기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
코로나19 변수...차별화된 상품 개발로 고객 수요 견인 관건
정부가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상품을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그로기(Groggy·강타당해 비틀거리는) 상태에 빠진 항공업계에 회생의 숨을 불어 넣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먼저 시행한 국내 관광비행 상품에서 수요가 이미 확인된 만큼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통한 수요 공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이었던 면세 혜택도 해외여행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허용되면서 업계는 조심스럽지만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9일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상품 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6개사에서 상품을 준비 중이다.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은 해외 국가의 입·출국 없이 상공을 비행한 뒤 돌아오는 일종의 항공여행 상품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에어부산 등이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관광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항공사들은 이미 국내용 상품을 통해 수요가 확인됐다는 점에 이번 국제용 상품 허용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무착륙 국내 관광비행 상품의 평균 탑승률은 85%를 기록했다. 항공사들의 이익 마지노선이 탑승률 70~80%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여객 수요가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항공사들이 국제 관광비행 상품에 더욱 기대를 거는 이유는 면세 혜택 때문이다.
국제 관광비행 승객들의 면세 혜택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었는데 해외 여행시와 동일한 조건으로 혜택을 부여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현행 면세범위는 기본 600달러에 주류 1병(1ℓ·400달러 이내), 담배 200개비, 향후 60㎖다.
관광비행 상품뿐만 아니라 기내 면세 판매를 통한 부가 수입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비행 상품과 달리 면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 수요도 있을 것”이라며 “면세품 재고도 처리하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관광비행 상품의 수요 지속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품이 처음 출시되면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한시적 허용 기간인 1년 내내 이러한 수요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또 최근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도 변수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커지면 항공기라는 밀폐된 공간에 몇시간 머물러야하는 관광비행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해외여행과 달리 2주간 자가격리 대상이 면제되도 수요로 견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일반석 기준 1인당 20만~30만원의 가격이 책정된 만큼 일본·중국·타이완 등 동북아 지역을 비행하는 경로가 유력한 상황이다.
고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비행 경로나 행사가 구성되지 않으면 고객들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 국가의 영공을 지나게 될 수 밖에 없는데 비행 고도와 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타이완 에바항공은 대만 동북부를 거쳐 일본 류큐 제도까지 비행하는 상품에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 제주도 상공을 선회하며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상품을 운영하기도 했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착륙없이 남극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고 일본 ANA항공도 국내 관광 비행이기는 했지만 올해 초 후지산 인근을 한바퀴 돌며 일출을 보는 상품을 기획해 출시했는데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거의 실종된 만큼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상품이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에 어느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외여행과 달리 비행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 때문에 수요 견인을 위해서는 상품 구성과 가격 책정 등에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