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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강압력 커졌지만...“내수주 대신 수출주 사라”


입력 2020.12.04 05:00 수정 2020.12.04 08:4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원·달러 환율 ‘뚝’ 1000원대 진입...“환율 하단 추가로 열어둬야”

“시장 트렌드는 수출주”...원화강세 이긴 수요증가 기대감 반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2년 6개월 만에 달러당 1000원대로 떨어진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며 국내 수출주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졌지만 여전히 수출주 투자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증권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상쇄시키는 경제활동 재개와 수출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관련주 주가를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8.22포인트(0.68%) 오른 2694.12로 마감했다. 미국 부양책 협상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3.8원 내린 1097원에 거래를 마치며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선이 붕괴됐다. 2018년 6월 14일(1083.1원)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증권가는 이러한 달러화 약세 심화와 중국 정부 주도의 위안화 강세 환경에서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또 원·달러 환율 하단을 추가적으로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특히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수출경합국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품의 종착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화와 원화 강세의 동조화는 자연스럽다”며 “여기에 한국 원화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리스크온 통화라는 성격도 최근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단을 1050원 정도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선 반도체·자동차·가전·기계 등 대형 수출주의 실적 둔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수출주에는 원화 강세가 가격 경쟁력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돼 악재로 여겨진다. 반면, 음식료와 유통업 등 내수주는 원재료 등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원화 강세 시 1차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년과 달리 내수주보다는 수출주 투자가 더 긍정적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출주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인식보다는 코로나19 이후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점에서다. 최근 경재 재개 기대감에 힘입어 수출주와 내수주는 한국 증시에서 대부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날 대표적인 수출주인 현대차는 전장 대비 7.67% 오른 19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신형 전기차 기대감이 환율 하락 압박을 뚫고 주가의 상승 탄력을 자극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기에는 내수주가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의 원화 강세는 수출 물량 증가로 인한 경상흑자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며 “오히려 수출주가 현재의 시장 트렌드에는 알맞다고 보이며, 순수 내수주의 경우 경제 자체적 요인보다는 구조조정 등 개별 요인이 투자에 있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원화 강세를 실적 정상화의 시그널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였던 2009년과 대세 상승기였던 2017년 모두 각각 전년도인 2008년, 2016년의 환율 상승을 경험했다. 이후 환율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기업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는 기업에 당장 악영향으로 해석하기보다, 가팔랐던 원화 약세가 정상화되는 현상으로 본다”며 “2009년, 2017년처럼 내년은 기업 실적 역시 정상화되는 해로 환율이 내려도 지금 당장 실적은 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외국인 순매수 측면에서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시장의 예상 이익증가율이 주요 시장보다 높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 기대감까지 더해져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 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현대모비스 등을 약 2조7000억원 어치 순매수 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체로 한국 수출이 증가할 때 외국인 매수가 유입된다는 점도 대형주 강세 요인”이라며 “이러한 국면에선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관심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데, 반도체와 자동차는 주요 시장 대비 상대 밸류에이션이 현저히 낮은 가운데 예상 이익증가율은 높아 밸류에이션 매력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한국 수출 회복 기간에 나타나는 글로벌 경기 개선과 원화 강세, 임금 상승 가능성 등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주요 소매 업종 역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백화점과 면세점, 편의점 등 소매(유통) 업종은 과거 고점과 비교할 때 회복 여력이 큰 폭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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