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신 비판한 원희룡에 "일베 댓글 수준"
원희룡 "정치인은 타인 비판 방식이 자신 보여줘
의견이 다르면 어떤 근거에서 왜 다른지 비판해야
이런 상황 침묵·방관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퇴행"
원희룡 제주지사가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를 놓고 자신을 향해 "일베 수준"이라고 비판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해 "타인을 비판하는 방식이 자신을 보여준다"며 맞받아쳤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민주주의의 적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타인을 비판하는 방식이 자신을 보여준다. 정치인은 특히 그런 것"이라며 "자신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빨갱이' 혹은 '종북세력'이라 부르는 사람을 저는 비판한다. 의견이 다르면 어떤 근거에서, 왜 다른지 비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원 지사는 "이재명 지사처럼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일베 댓글 수준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토론을 싸움으로 바꾸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원희룡 지사와 이재명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설립을 강행하고 있는 공수처를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가 지난 4일 공수처를 조선시대 의금부에 비유하며 "태종이 의금부에 지시해 외척 발호를 방임한 사헌부 대사헌(윤석열 검찰총장 비유)과 관료들을 조사해 문책했다"며 공수처 설립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지사의 발언에 원 지사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국왕의 직속 기구로 전제 왕권을 위해 고문 등 악행을 행하던 의금부를 공수처에 비교한 것은 교묘하게 청와대와 공수처를 '디스'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지사가 명색이 "제1야당 중견 정치인 또는 대선후보로 언급되는 중량급 정치인들의 언행이 글의 의미도 이해 못 한 채 유치한 일베 댓글 수준과 다름없으니 안타깝다 못해 측은한 마음이 든다"고 맞받아쳤고, 원 지사가 이날 재차 글을 올려 이 지사를 저격한 것이다.
원 지사는 "2016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에너지는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공분이었지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편협함의 산물이 아니었다"며 "장담하건대 어느 권력이든 또 잘못을 저지르고 정치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자신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를 두고 이를 비판했던 조세연구원을 적폐로 몰아갔던 사례를 거론했다.
원 지사는 "지역화폐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이 업적으로 포장하는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책연구소(조세연구원)의 연구자들을 적폐세력으로 비난하는 것은 인성이나 태도가 나쁜 것을 넘어선다"며 "연구자들은 정치적 외압과 상관없이 연구해야 하고, 연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거를 갖고 비판하면 된다. 하지만 적폐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유력 대선 후보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며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적폐로 몰아붙이고, 비판의견을 갖는 사람을 일베로 비난해도 비판하는 대신 그렇다네, 라고 말할 뿐"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그렇게 공격적이면서도 정작 검찰개혁의 선의는 사라지고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만 남은 상황을 보면서는 침묵한다"며 "공수처가 의금부라고 옹호한다. 그런 태도로 일관해도 지지율은 별로 손상받지 않으니, 이런 상황을 침묵하며 방관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퇴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