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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통 좋아하는 문재인, 전두환 닮아 가고 있는 것 아는가?


입력 2020.12.20 08:00 수정 2020.12.20 06:43        데스크 (desk@dailian.co.kr)

4억5000만원 들인 임대아파트 조작의 진짜 ‘범인’은 본인이다

정책에 자신 없고 수정 용기 없으니 가짜 홍보 치중 독재자 흉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LH 임대주택 100만호를 기념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임대주택 내부를 둘러본 뒤 잠시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필자가 일선 기자 시절에 한 기관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1980년대 초봄 어느 날,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지금은 없어진 서울 을지로 7가의 서울운동장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원래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틀 전에 각하가 뜬다는 통보가 청와대에서 내려 왔다.


기관장은 혼비백산(魂飛魄散)해 운동장 상태부터 살피러 갔다. 겨울이 지난 지 얼마 안 돼 잔디가 군데군데 누렇게 떠 있어 보기 흉했다. 당시 관료들이란 군부대 지휘관들과 의식구조가 똑같았다. 그 잔디를 어떻게든 각하 눈에 푸르게 보이도록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기관장은 푸른 잔디를 긴급 수배(手配)했으나 그 넓은 운동장을 하루아침에 메울 살아 있는 잔디 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아래 사람들의 보고를 받고 난감했다. 서울 교외를 다니며 눈에 불을 켜고 ‘잔디 비슷한 푸른 것’을 찾던 중 하남 근처에서 그의 눈에 싹이 막 자라 파릇파릇한 보리밭이 펼쳐졌다. “저거다!”


그렇게 해서 그 하남 보리밭은 ‘밭뙈기’로 관청에 강제 매각돼 그날 밤 철야 작업에 의해 서울운동장 잔디로 변신했다. 다음 날 행사에 참석, 스탠드 저 높은 곳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던 대통령 전두환이 그것이 보리인지 잔디인지 알 리가 없었다. 각하의 눈을 거슬리지 않게 하려 한 군사작전은 성공했다. 그러나 그 작전을 위해 동원된 수많은 인력과 장비, 거액의 비용은 단 몇 분 동안의 각하 기분 보호를 위해 철저히 낭비된 것이었다.


대통령 문재인은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정부가 문민(文民)으로만 6번 바뀐 다음의 각하(閣下) 아닌 각하인데, 본인도 홍보를 좋아하고 그를 모시는 사람들도 보여 주기를 좋아하는 모습이다. 듣기에 섭섭하고 동의하지 않겠지만, 전두환과 비슷해지고 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홍보가 70%이고 정책은 30%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홍보를 중시한다고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었던 민주당 의원 고민정이 한 인터뷰에서 소개한 인용문이 있다. 그래서 청와대에는 이번에 ‘왕PD’라는 타이틀을 얻은 의전비서관 탁현민이 있어서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기획(다른 말로 하면 쇼 연출)을 하고 있다.


그 탁현민이 10일 전에 대통령 모습을 느닷없이 흑백으로 내보내는 머리를 썼다.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이라는 이벤트를 KBS 제작으로 총 5개 방송사가 생중계하면서 대통령이 연설문을 읽는 동안 화면이 모두 흑백으로 바뀌도록 한 것이다.


고화질 영상에 비해 데이터 소모가 적은 흑백으로 방송을 한다는 의미였다고 하지만, 필자의 견문(見聞)이 짧은 탓인지 북미나 유럽 선진국에서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어설프고 유치하다.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 의미 부여를 위한 조작인 것이다.


KBS 공영노조는 이 쇼와 관련해 ‘언론 자유? 방송 독립? 그런 건 개나 줘버려! 청와대 의전비서관 왕(王)피디 시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PD들이 ‘탁현민 왕피디’ 지시를 받으며 일했다. KBS의 역할이 인력공급 대행 및 송출업체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 노조는 탁현민이 “청와대의 모든 쇼를 연출하는 PD”라고 말했다.


문재인은 다음날 경기도 동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 쇼룸으로 가, “신혼부부에 아이 두 명도 가능하겠다”라고 말해 ‘니가 가라’는 역풍을 맞은 문제의 ‘쇼’를 했다. 이것도 탁현민의 작품인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의 직함과 역할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이고 하는 일이 ‘국민에게 대통령을 멋있게, 다정하게, 정의롭게 보여주는 연출’이므로 당연히 그가 개입했을 것이다.


여성 비하와 부적절한 성 인식 발언으로 말썽이 났던 그는 청와대에서 나갔다가 지난 5월말 다시 들어왔다. 그 후 문제가 된 큰 것들만 추려 봐도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밝혀진 ‘국군 유해 송환 공중급유기 행사’와 코로나 속의 ‘짜파구리 파티’를 포함해 4개다. 이번 쇼룸 사건은 특히 돈(국민 세금) 문제라 가히 역린(逆鱗)급이다. 국민들은 병역이나 입시 비리에도 분노하지만 자신의 지갑이 털리는 듯 한 혈세 낭비 또한 분노의 안주 거리로 삼는다.


주택공사가 이 행사에 쓴 돈의 액수는 인테리어 비용 4290만원을 포함해 4억5000만원이라는데, 쇼룸을 실제보다 더 근사하게(강남의 고급 아파트 못지않게 보이도록) 꾸민 비용 수천만원도 이 코로나 시국에 그야말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국민 혈세 내다 버리기 짓이거니와 나머지 4억여원은 또 어디다 썼다는 말인가? 이 돈은 국민의힘 의원 윤희숙이 계산한 바로는 거의 10년치 임대료다.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공사 직원들은 준 공무원들이다. 따라서 1시간짜리 대통령 행차와 ‘국민 속이기’ 쇼를 위해 공사 예산을 남용한 그들의 이런 정신 나간 범죄 행위를 반드시 물어야만 한다. 더구나 공사는 지난해에만 임대 사업으로 1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처벌 법규가 만약에 없다면, 야당과 정부 감시 시민단체들은 공수처 반대도 반대지만, 이런 법(세금낭비죄)부터 발의하고 주택공사에 대해 수사를 벌이도록 검찰에 고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문재인은 윤석열 징계 사태에서 보듯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이번 임대아파트 쇼룸 쇼 사건에서처럼 국민을 잠시 환상의 세계로 끌고 가려는 ‘기획’에 집착, 자꾸 전두환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공식 기자회견을 취임 이후 4차례밖에 하지 않았을 만큼 국민 앞에 나서는 건 극구 피한다.


정책에 자신감이 없어서이고 잘못한 일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홍보 행사나 코로나 비상 상황 발표에만 얼굴을 보이고 말을 한다. 이른바 쇼통(보여주기 쇼를 통한 소통)이다. 그러므로 탁현민의 머리에서 나와 연출이 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긴 배역(配役)의 주인공은 대통령 문재인이며 그 조작이 범죄 행위라면 그 범인도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다수 국민들은 일부 선진국들이 벌써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내년 중반쯤에 종식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우리는 언제 접종이 시작될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대해 진상을 알고 싶어 한다. 또 전세대란과 집값 폭등을 부른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원하고 있다.


문재인은 이런 경성(硬性) 이슈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연성(軟性)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그런 홍보 장면에 감동하는 국민은, 미안하지만, 이제 거의 없다. 노조가 있고 언론이 있어서만이 아니다. SNS가 정권에게는 막강한, 거짓 쇼 고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비밀이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살고 문재인이 살고 있다. 임대아파트 쇼룸을 엄청난 돈을 들여 깔끔하고 세련되게 위장하는 일이 전두환 시대에 벌어졌다면 아마 국민의 절반 이상이 속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방송 화면이 나가자마자 저거 이상하다고 시청자들이 반응하기 무섭게 전국의 인테리어 업자들이 실시간으로 견적을 뽑아 SNS에 올릴 수도 있는 무서운 시대이다.


정권에게는 무섭고, 국민에게는 제도 언론 이상의 역할을 하는 시대의 이기(利器)다.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 본인도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척 눈 가리고 아웅한다. 엄이도령(掩耳盜鈴,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 방울 소리가 제 귀에 들리지 않으면 남의 귀에도 들리지 않으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얕은꾀를 부려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전두환을 닮는 거야 혀 한 번 차고 실소(失笑)하면 될 일이나 쓰레기가 되어 버린 국민의 돈 4억5000만원은 어떻게 찾아내야 한단 말인가?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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