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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서 19금(禁) 성인물 즐기는 성범죄자 막을 길 없다


입력 2020.12.21 00:16 수정 2020.12.21 00:2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교정본부, 2017년 성인물 반입 불허

이후 소송전으로 번져

국가인권위 "수용자 권리 지나치게 제한한 조치"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성인물을 자유롭게 즐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죄를 반성하고 뉘우쳐야할 교도소 안에서 오히려 성 관념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20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교도소·구치소에서는 모든 성인 죄수에게 19금(禁) 출판물(잡지·만화책 등) 구독을 허용하고 있다. 성폭행·성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도 가능하다. 수용동 한 방에서는 여러 종류의 범죄자가 함께 생활하므로 성범죄자 역시 다른 범죄자로부터 19금 출판물을 공유 받아 볼 수가 있다.


소년수는 당연히 19금 출판물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맥심은 성적인 소재를 다루며 욕구를 자극하는데도 전체 구독가 이기에 소년수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맥심은 제일 인기 많은 잡지 중 하나라고.


지난 2017년 당시 한 교도관은 성범죄자들이 수위가 높거나 성폭행 내용이 담긴 성인물을 쉽게 돌려보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또한 전 교도소 수감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9살짜리 여자아이를 성폭행해서 12년을 받고 들어온 50대 남성이 낮에는 성교육을 받고 와서 밤에는 성인물 잡지를 보면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게티이미지
성인물 반입 불허하자 소송전


문제가 불거지자 교정본부는 일선 교도소에 지침을 내려 성인물 반입을 불허했다. 그러나 2018년 상황이 바뀌었다.


대구고법은 2018년 5월 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3년형을 복역 중이던 A씨가 경북 북부 제1 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영치품 사용 불허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A씨가 택배로 들여온 잡지 '누드스토리 2017년 5월호'에 대해 교도소가 "수용자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못 보게 하자 그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다.


같은 해 12월 대구지법은 A씨가 경북 북부 제2 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그대로 확정됐다. 교도소가 잡지 '스파크 2016년 11월호' '스파크 2018년 7월호', 책 '웰빙 나이트를 위한 101가지 색다른 즐거움-LOVE 101'에 대해 내린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는 게 요지다.


두 판결은 모두 '교도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구독을 신청한 출판물이 출판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는 형집행법 제47조 2항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유해간행물로 지정하지 않으면 교정본부가 걸러낼 수 없는데 누드스토리, 스파크 등은 유해간행물로 지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성인물뿐만 아니라 불법 제작 성인물까지 문제가 되자 교정본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시행했다. 수용자 권리구제를 위한 법률 도서와 외국어 도서, 시각장애인 도서, 수험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종류는 우편이나 차입(수감자에게 음식·의복·돈을 들여보내는 것)을 통해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의 지침이 "수용자의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 조치"이며 "헌법 제 21조에서 보장하는 수용자들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5일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교정시설 수용자가 영치금으로만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한 지침을 철회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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