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세계대전 전사자보다 많지만
美 연방대법원, '방역'보다 '자유'에 방점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 넘어"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제정이 한미동맹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유'에 대한 양국의 뚜렷한 인식차가 불협화음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내년 초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이익'을 중시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가치'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식차를 서둘러 메우지 않으면 상호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콜로라도·뉴저지 등 각 주(州) 정부가 내린 예배 제한 조치가 지나치다며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코로나19 관련 사망자(32만명)가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29만명)보다 많아진 상황이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자유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연방 대법원은 해당 지역 교회 및 성당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판결을 뒤집으며 "11월 25일 대법원 판결을 고려하라"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종교 집회 규모를 지역별로 10~25명으로 제한한 뉴욕주 방역 정책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자유 중시 기조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는 핵심적 근거이기도 하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의원협회(APPG)'가 주최한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비 전 조사위원장은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수정헌법 1조에 대해 말하며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얘기한다"며 "북한을 떠난 이들이 자신들의 끔찍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말하지 못하게 막는 것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강력한 우려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 의회 내 지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 의장직을 맡고 있는 제리 코널리 민주당 하원 의원 역시 같은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해 우리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대북전단금지법에 서명하기 전 수정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정확한 이해 부족한 상황"
미국과 국제사회가 자유에 대한 침해를 우려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관련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거쳐 개정한 법률에 대해 자국 의회의 청문회까지 운운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한 데 대한 불쾌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허 대변인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북한 인권을 위한다는 행위가 오히려 북한 인권과 접경지역 국민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 일부 단체들의 대북전단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피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민주적 기관들의 법안 재검토'를 요청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통일부는 "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거쳤다"며 "(킨타나 보고관이) '민주적 기관의 적절한 재검토 필요'를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내외 관련 인사 및 단체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동 법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