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앞세운 '큰 인물' 출마에 판 커졌다
민주당, '정치적 욕심' 일제히 네거티브 공세
과거 '박원순 연대' 재현될까…이면엔 경계
야권에 비해 부족한 재보선 후보군도 고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내년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 판이 커지게 됐다. 야권연대 당사자인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본선 경쟁상대인 민주당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큰 파장이 없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적 욕심'이라고 적극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등 바짝 신경쓰는 모습이다.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신동근 최고위원은 "옛말이 된 '안철수 현상'이 없다는 것을 안철수만 모른다는 것이 안철수의 비극"이라며 "어차피 지금의 낮은 인기로는 대선출마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선을 심각히 오염시키는 일"이라고도 했다.
노웅래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부동산 폭등과 방역실패를 거론하지만 자신이 의사라는 것 외에 어떠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서울시 1,000만 시민의 민생을 자신의 화풀이 도구로 삼으려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안 대표의 출마를 폄하했다.
이에 앞서 김민석 민주당 서울시당선거기획단장은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선거마다 출마하는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정치입지를 먼저 바라보는 불순한 의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서울시장을 정치적 정거장처럼 여기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명백히 서울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출마를 그만큼 경계하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실제 이면에는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 2011년 이른바 '박원순 연대'를 통해 시민사회와 재야세력을 흡수하고, 암울했던 차기 대선판을 흔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출마가 분열된 보수진영을 통합하고 중도층까지 흡수하는 일종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이 커진 만큼, 선거캠페인의 전환도 예상된다. 당초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힘 있는 후보'라는 밑바탕에 지역밀착형 공약과 코로나 극복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정권심판을 내세운 '큰 인물'의 출마로 지역정책만 가지고서는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선거기획단 관계자는 "아직 회의가 열리기 전이라 언급된 바는 없다"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후보군에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나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이 안 대표와 비교해 '체급'이 다소 밀린다는 점 역시 고심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권 주자들은 후보군 자체가 적어 흥행면에서 뒤처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범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가 여야 1대 1의 구도에서 매우 호각지세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안 대표가) '본인의 도움 없이는 야당이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자기로의 단일화를 이뤄가는 과정으로 나름의 결단을 내린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기에는 무시 못 할 전략의,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한 결단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